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사건 외에도 인천에서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과 피해자들이 앞으로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12월12일 숨진 이른바 '청년 빌라왕' 송모(27)씨의 피해자 20여 명을 조사하고 있다. 

 

송씨는 다른 임대사업자 2명과 함께 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만으로 집을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인천 미추홀구와 부평구 일대 빌라·오피스텔 260여 채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평 등 빌라·오피스텔 260채 보유
'청년 빌라왕' 피해 20여명 조사중


경찰은 송씨 일당이 전세사기를 통해 1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한 점을 고려하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많다는 의미다.

송씨 일당이 보유한 주택 중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나 전세 은행대출 만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주택이 많아 상당수 세입자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송씨 사건과 관련한 피해자가 경찰에 접수한 고소장은 아직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인천부평경찰서는 부동산 재력가 이모(42)씨의 전세사기사건(2월23일자 5면 단독 보도='고소 23건' 보증금 미반환 사건, 세입자 40여명 달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잘 알려진 건축왕, 청년 빌라왕 등의 사건과는 전혀 다른 전세사기 사건이다.

이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권 일대 빌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씨가 100~200가구 정도의 빌라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부평경찰서에 진정서를 낸 피해자는 23명에 불과하다. 아직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세입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씨는 올 1월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임차인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이를 받지 못한 임차인이 많다고 경찰에 진정서를 낸 피해자들은 설명했다.

이씨와 서구 검단동 한 빌라 전세 계약을 맺은 한 피해자는 "최근에도 뒤늦게 이씨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고, 피해자들 모임에 가입하는 임차인들도 있다"며 "전세 만기일이 되지 않은 임차인은 당장 집이 경매로 넘어가지 않아 피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월세 보증금을 떼일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도 있다. 건축왕 전세사기 주범인 남모(61)씨와 월세 계약을 맺은 계양구 오피스텔 임차인들이다. 현재 40여 가구가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부동산 재력가 사건, 진정 23명 불과
당한 사실 인지못한 세입자 대다수


인천시는 건축왕, 청년 빌라왕(사망), 빌라왕(사망) 등이 인천에 보유한 주택이 3천8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심상정 국회의원에 따르면 2020년~2022년 8월 인천 부평구, 미추홀구, 서구, 남동구는 전세사기 위험이 큰 갭투자가 많았던 지역이어서 인천시의 추산보다 피해 가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갭투자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21년 하반기부터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당시 맺었던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올 하반기부터 피해 신고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갭투자가 활발히 진행된 시점 등을 고려하면 잠재적 전세사기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전세 임차인들은 등기부등본을 통해 근저당(주택 담보 대출)과 전세금을 합친 금액이 실거래가의 60%를 넘는 것으로 확인되면 전세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표 참조·관련기사 2·6면(당정, 전세사기 취득세 전액면제 검토… 여야 입법 내용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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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엽·변민철·백효은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