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은퇴자금 날벼락 '위기의 노년들'

입력 2023-04-25 19:50 수정 2023-04-25 20:5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4-26 6면

전세사기에 막막한 노인들 관련
일명 '건축왕'의 전세사기행각으로 피해자 중 청년 3명이 숨지자 정부와 인천시는 뒤늦게 저금리 대출, 청년 월세지원, 소상공인 긴급융자 등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은퇴 후 일자리나 소득이 없이 피해를 입은 노인들은 또 다른 사각지대 속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공동현관으로 어르신이 들어가고 있다. 2023.4.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피땀 흘려가며 평생 모은 돈인데…."

김흥수(가명·69)씨 전셋집은 지난해 8월 경매에 넘어갔다. 그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피해자 중 1명이다.

김씨는 30년 넘게 목수 일을 하며 모은 전 재산 8천500만원으로 지난 2021년 이 집을 얻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은행 빚 하나 없이 아내와 살 전셋집을 얻어 뿌듯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김씨는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가 됐다. 최우선변제 대상도 아니어서 전세보증금을 몽땅 떼이게 생겼다. 수중에 가진 돈이 없어 이사 갈 집을 알아볼 수도 없다. 다시 목수 일을 하기도 버거운 나이다.

그나마 아내가 병간호 일을 하며 벌어오는 돈으로 근근이 생계만 유지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사기 피해 사실을 알리긴 했다. 그러나 자녀들의 주머니 사정을 뻔히 알기에 차마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조차 못했다.

김씨는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내놓은 대책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기자의 이런저런 물음에 말없이 한동안 담배만 태우던 김씨는 정부 지원책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알려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좀 알려달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흥수씨, 보증금 몽땅 떼일 처지
"정부 지원책 알려준 사람 없었다"

건축왕 피해자 중 청년 3명이 숨지자 정부와 인천시는 뒤늦게 저금리 대출, 청년 월세 지원, 소상공인 긴급 융자 등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김씨처럼 정부 대책을 잘 모르거나, 은퇴 후 일자리 또는 소득이 없어 저금리 대출 등 이렇다 할 지원을 못 받는 피해 노인이 적지 않다.

전세사기 피해자 최재원(가명·69)씨도 모아놓은 자금을 모두 전세보증금으로 넣었던 터라 앞날이 막막한 상황이다. 어떻게든 구제 방안을 찾아보려고 최우선변제금, 경매 절차, 정부 지원책 등을 알아봤으나 허사였다고 한다.

최씨는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게 도움되는 정책이 별로 없다. 어떤 은행이 담보도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겠느냐"며 "은행에서 대출해준다고 해도 일자리가 없어 이자를 내기도 버거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대책만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어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다시 일터로 나간 피해 노인도 있다. 박미경(가명·여·60대)씨는 "대출 이자와 생활비 등을 벌어보려고 식당에서 하루 8~9시간씩 일하고 있다"며 "이 나이에 내 집 한 채 갖지 못하고 사기에 휘말려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은행 대출 이자 내기 버거울 것
소득 마땅찮은 노인에 도움안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집이 경매에 넘어간 줄도 모르는 80대 노인 피해자도 있었다"며 "젊은 사람에게도 어려운 임차권 등기, 민사 소송 절차 등 법적 대응 절차는 노인들에게 더 어렵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은퇴 후 소득이 없는 노인들을 위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책은 인천시에서도 놓쳤던 부분"이라며 "대책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변민철·백효은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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