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52억여원을 들여 사들인 평택의 한 공립 유치원이 개원 이후에도 지속적인 리모델링 공사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2월15일자 7면 보도='배보다 배꼽' 매입형 유치원… 사립 출구전략 사용 비판도) 매입 전 현장 실사에서 '매입 부적정' 판단이 나왔음에도 도교육청이 매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평택교육지원청(평택교육청)은 지난 2021년 7월 진행한 A공립 유치원의 전신인 B사립 유치원의 매입형 유치원 현장실사 점검에서 '매입 부적정' 판단을 내렸다.
면적이 좁고 안전시설이 미비한 데다 노후화가 심해 17억5천만원(당시 추정) 상당의 시설 공사비가 발생하고, 입지상 공립 단설 유치원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교육청 매입형 유치원 선정위원회(선정위원회)는 정책상 공립유치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평택교육청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매입을 강행했다.
면적 좁고 안전시설 미비 '노후화'
공립 비율 높이려 의견 수용 안해
리모델링 비용 늘어 문제 현실화
2021년 당시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선정위원들이 현장을 직접 보지 못하고 평택교육청에서 촬영한 동영상 5개만으로 평가한 점도 교육청과 선정위원회가 서로 다르게 판단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인근에 공립유치원이 부족해 내린 결정"이라며 "현장실사 점검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은 규정상 없다"고 말했다.
이후 부지 매입비(25억원)보다 시설 공사비(27억2천여만원)가 더 소요되는 등 현장 실사에서 지적됐던 문제는 현실화됐다. A유치원은 지난해 3월 개원 후 5개월 동안 23억2천여만원을 들여 엘리베이터 확충, 화재 안전시설 마련 등을 위한 대규모 공사를 했다. 올해 들어선 4억여원을 더해 외벽 단열재 교체 공사를 이달 초까지 진행했다.
도교육청의 매입 결정에 지역 내 유치원 관계자들의 비판은 거센 상황이다. 해당 유치원 1㎞ 반경에 공립 병설 유치원이 2곳이나 있어, 공립유치원을 늘릴 필요가 없었다는 비판의 핵심이다. 또 B유치원 원장이 유치원을 도교육청에 매각한 후 1㎞ 떨어진 곳에 C 사립유치원을 신설해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평택의 한 공립유치원 관계자는 "도교육청이 유치원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있었다. 아이들 안전과 직결되는 유치원 문제를 동영상으로 평가한 건 말도 안 된다"며 "지난 1월 광주광역시교육청 직원 5명이 매입형 유치원 선정 비리 관련으로 기소된 바 있는데, 도교육청 차원의 감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