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1191126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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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독자에게 사랑받는 '만화' 작가 김금숙이 신작 그래픽 노블 '내일은 또 다른 날'(딸기책방 刊)을 펴냈다. 김금숙 작가를 지난 20일 인천 강화에 있는 책방 '국자와 주걱'에서 만나 새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금숙 작가는 이번 책 '내일은 또 다른 날'에서 난임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족'과 '삶'이라는 주제를 풀어냈다. 김 작가는 "난임 부부가 나오지만, 꼭 난임 부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면서 "삶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과 가족 이야기 그리고 이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 나름의 굉장히 많은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이번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거 작품과 달리 '담백하게' 풀어내려 노력했다고 한다.

"굉장히 많이 깎아냈어요. 그러니까 나무가 있으면 가지가 많잖아요. 근데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정말 많은 가지를 쳐냈어요. 그전의 작품들도 저는 항상 시나리오를 굉장히 많이 써요. 일단 많이 살을 붙여놔요. 그래야 깎기가 쉬우니까. 그런데 특히 이 작품 같은 건 정말 계속 깎아냈던 것 같아요. 깎고, 깎고…."

김금숙 작가는 이번 작품을 두고 "정제가 많이 된 시나리오"라고 했다. 특히 그림도 예전 작품과는 달라지려 노력했다고 한다. 가족의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라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으려 했고, 친구의 우정이라면 '우정'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전달하기 위해 표정과 눈빛 등에 특히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난임커플' 다루며 남성의 시각 등 녹여
직접적 표현 피하고 예전 작품과 차별화
외국서 인기… "한국 독자층 형성되길"


그동안 김금숙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다룬 '풀', 제주 4·3 항쟁의 비극을 그린 '지슬',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기다림' 등 한반도 근대 역사를 다룬 작품을 주로 발표해왔다. 이번 작품에선 이번엔 개인과 가족으로 눈을 돌렸는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제가 작업을 할 때 항상 사람을 만나고 취재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찾고, 조사하고 이런 과정을 좋아해요. 근데 그렇게 만날 코로나 때문에 만날 수가 없는 거예요. 답사를 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가 없었어요. 인천 강화에 머물면서 (사람을 만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도 있었고요. 또 제가 반세기를 살았죠. 50세를 이제 넘겼는데 이 시점에서 내면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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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난임커플이 주인공이다. 그러면서도 여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시각과 다른 가족 구성원의 입장도 충분히 담아냈다.

"커플의 이야기지만 남성의 시각이 또 반영되어 있어요. 제가 남성이 아니어서 궁금하기도 했고요. 출산, 유산, 난임이 결국 '몸'에 대한 이야기예요. 자신의 몸이 겪지 않는 일은 알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남자도 마찬가지고요. 주인공의 시어머니와 어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그렇고요. 여러 입장을 생각했죠."

김금숙 작가는 국내보다는 사실 해외에서 더 큰 사랑을 받는 작가다. 최근에도 '기다림' 해외 출간과 함께 스페인과 이탈리아, 스위스 등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1개월 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다.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것과 비교해 국내 그래픽노블 독자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점이 그는 늘 아쉽다고 한다.

외국을 가보면 독특한 경험을 하곤 한다고 한다. 만화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제 책을 통해서 만화를 접했다는 분이 있는가 하면 가족과 아이들이 출판 기념회에 서명을 받으려고 줄을 서고, 젊은이들 어르신들 다양한 독자를 만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겪기 힘든 경험이라고 한다.

"한국도 독자층이 잘 형성돼서 국내에서 이 길을 가시는 분들도 힘을 내고 뿌듯해 할 수 있고 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한국에 케이팝, 드라마, 영화 아닌 다른 문화도 있다는 걸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그래픽 노블을 사랑해주시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