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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김포시장
지난 2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주민정책을 놓고 장시간 토론이 벌어졌다.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와 이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다문화 이주민 정책 포럼'이 이곳에서 열렸는데, 한 방청객이 돌발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하는 등 각본 없는 의견이 쏟아져나왔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지난 4월28일, 유엔난민기구(UNHCR) 질리안 트릭스 최고대표보와 전혜경 한국대표부 대표가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 회장도시인 김포를 찾았다. 1949년 유엔총회에서 창설된 UNHCR은 난민을 보호하고 난민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인 조치를 주도·조정하는 기구로, 참석자들은 이날 국제적 난민협약 및 국내 정착 관련 모범사례와 김포시·시흥시를 대표로 한 지자체 수용경험 등을 공유했다.

외국인 주민을 한국사회에 받아들이기 위한 정책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인구절벽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절박한 현실이 자리한다. 대한민국이 원래부터 다문화사회를 지향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위기로 인해, 우리의 필요에 의해 외국인 주민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제'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 다문화 이주민 정책 포럼에서 장밋빛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패널들은 철저히 현실적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각계 전문가의 목소리 속에 공통으로 모인 의견은, 다문화 이주민을 우리가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인구절벽·노동력 부족과 마주한 한국사회

외국인 주민 위한 정책시계 빨라지고 있다

다문화사회는 궁극적으로 '남북통일 연습'

 

여러 국가를 다니며 '이방인'으로 살아본 조정훈 국회의원은 포럼 당시 "손님이 잘하면 우리 사람으로 해주겠다는 민족주의 개념은 끝났다"고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어떤 이주민이 우리 공동체에 도움이 될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해야 하고, 이 과정을 거쳐 공동체 자격을 갖추면 그때부턴 어떠한 차별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특별귀화자 1호인 인요한 연세대 교수는 "다문화사회는 궁극적으로 남북통일의 연습, 하나의 테스트라 생각한다"며 "결혼 이민자의 자녀가 훗날 자기 엄마의 나라에 흩어져 창조적으로 한국을 돕는 일꾼이 될 기회를 살리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정책적으로 외국인 주민을 국익과 연결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조 의원과 인 교수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해외로 노동자를 보낸 적이 있다. 그때 독일로 간 간호사·광부와 중동으로 간 건설근로자는 '기여했다'고 표현하는데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는 건 기여가 아닌가.

그 이전에 대한민국은 당장 인구감소가 심각하다. OECD 합계출산율 최저치에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인구소멸은 사회소멸을 의미한다. 인구가 없으면 한국 내 크고 작은 공동체가 서서히 죽어갈 것이고, 이는 다양한 사회·경제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행안부, 지자체 기구설치에 '외국인' 포함
김포시민 더 나은 행정서비스 누리게 된 셈
그럼에도 차별 여전… 공존은 '가야 할 길'


김포시는 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운영하며 15개 언어 통번역서비스와 상담, 의료지원, 적응지원 등을 통해 외국인 주민이 정착하도록 돕고 있다. 그렇게 자리 잡은 외국인 주민 중 하나가 '줌머인'(Jumma) 난민이다. 방글라데시 산악지대에서 벵갈인의 차별과 약탈에 맞서 투쟁하던 줌머인들이 사업가로, 공장노동자로, 인권활동가로, 크리에이터로 종사하며 김포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기구설치 인구 기준에 외국인 주민 수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령안을 발표했다. 내국인만으로 인구 50만명에 조금 못 미치던 김포시는 이번 조치에 따라 비로소 행정조직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외국인 주민 덕분에 모든 김포시민이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누리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는 다문화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 서울 서래마을은 동경하면서 다른 외국인 주민 거주지는 반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부나 미디어·언론에서 국민 인식개선에 노력해주지 않으면 외국인 주민 정책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외국인 주민과의 공존, 이제는 가볼 만한 길이 아닌 '가야 할 길'이 됐다.

/김병수 김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