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부터 켜켜이 쌓아온 그의 필모그래피가 지난해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파란만장한 여승(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의 삶을 연기해 세계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일과 사랑 사이에서 실존적인 고민을 하는 여성(영화 '그대 안의 블루')이 되기도 했다. 40편 가까이 되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역할은 오히려 전형적인 모습의 '엄마'였다. 강수연은 전형에서 벗어난 한국의 유일무이한 중년 '여배우'였다.
오는 7일 배우 강수연의 1주기를 앞두고 다채로운 여성의 모습을 담았던 그의 필모그래피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배우 강수연 1주기 추모전'을 열고, 그의 대표작 11편을 선보인다. '씨받이(1987)',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송어(1999)' 등이 스크린에 오른다.
특히 이번 특별전은 강수연의 영화 중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줬던 영화 '송어'를 만날 기회다. '송어'는 극한 상황 속에 던져진 인물들이 저마다 갖고 있던 속물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모습을 은은하게 꼬집는 영화다. 다만, 1992년 'LA 폭동'과 미국 한인 이민 2세 여성의 방황하는 삶을 그린 수작 '웨스턴 애비뉴(1993)'는 상영 목록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유명 평론가와 작가 등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GV)도 진행된다. 6일에는 '강수연의 선택들'이란 주제로 문화평론가 손희정과 배우 김아중, 작가 정세랑의 대담이 이어진다. 9일에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상영 후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배우 박중훈이 함께하는 GV가 이뤄질 예정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