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아스트' 강수연 1주기 특별전… 멈춘 필모그래피 속 새로운 시작

입력 2023-05-07 13:28 수정 2023-05-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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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일 배우 강수연의 1주기를 앞두고, 한국영상자료원이 '배우 강수연 1주기 추모전'을 개최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특별전은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달빛 길어올리기(2011)'가 스크린에 올랐다. 2023.5.6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그의 필모그래피는 지난해 마침표를 찍었지만(5월4일자 15면 보도=스테레오타입 벗어났던 필모그래피… 故 강수연 '1주기 추모전' 11편 상영), 그를 기억하는 동료 영화인과 팬들 덕분에 다음 문장이 새로이 시작되고 있다. 40여 편에 달하는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돌이켜보면서 추모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치열한 논의를 펼치는 '강수연 담론'이 조금씩 싹트는 중이다.

배우 강수연의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배우 강수연 1주기 추모전'의 막이 오른 서울시 상암동의 한국영상자료원.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상영관은 특별전 개막작으로 스크린에 오르는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달빛 길어올리기(2011)'를 보러온 관객들로 만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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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배우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개막작으로 상영된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달빛 길어올리기'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이날 '처녀들의 저녁식사' 상영이 끝난 오후 1시 30분께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 '강수연의 선택들'에서는 배우 강수연의 필모그래피를 토대로 여성주의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패널로 문화평론가 손희정, 작가 정세랑, 배우 김아중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5월 4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추모전 개최
관객과의 대화(GV) 통한 여성주의 논의
성 엄숙주의 시대 미래 세대 징검다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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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상영 뒤 진행된 '강수연의 선택들' GV. 대담자로 문화평론가 손희정(왼쪽), 작가 정세랑(가운데), 배우 김아중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과 분석을 관객들과 나눴다. 2023. 5. 6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특히 배우 강수연의 필모그래피에 있던 공백기를 놓고 구조적인 해석이 이어졌다. 한국 사회의 여성 배우들이 언젠가는 처하게 되는 배역의 한정된 선택지를 염두에 둔 분석이었다. 손희정 평론가는 "강수연의 필모그래피에 빈 시간이 있었다. 여성 배우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이 남아 있지 않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터다. 또 배우 강수연의 입장에선 '이거다' 싶은 작품을 만나지 못했기에 그의 커리어에 공백이 있던 걸 수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정세랑 작가는 90년대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배우 강수연이 과감히 택했던 영화인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눈여겨봤다. 정세랑 작가는 "(당시는) 성 엄숙주의 시대였다. 이런 와중에 여성의 욕망과 쾌감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내용을 다룬 이 영화는 (미래 세대에게) 일종의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다루기 쉬워 보이는데, 당시 이런 주제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우리가 다음 논의로 차근차근 이어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짚었다.

'배우 강수연 1주기 추모전' 상영 목록에 오르지 않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손희정 평론가는 '고래사냥2(1985)'를 언급하며 "스테레오 타입을 뛰어넘는 노력이 나타나는 작품"이라 했고, 김아중 배우는 "'웨스턴 애비뉴(1993)' 같은 작품은 90년대 한국의 포스트 모더니즘을 엿볼 수 있는 영화"라며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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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2011)' 상영을 앞두고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 관객들에게 이번 '강수연 1주년 추모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23. 5. 6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대담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해당 GV와 곧이어 이어질 다음 영화의 상영시간이 맞물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원활한 관람을 위해 정시가 되면 상영관 출입문을 닫는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점심 먹을 틈도 없이 부랴부랴 오후 3시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상영되는 2관으로 가야만 했다.

이날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5mm 필름을 직접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은 많지 않다. 저작권 문제도 있어 상영작을 고심해서 골랐다"며 "'웨스턴 애비뉴'처럼 이번 특별전에 소개되지 않은 강수연 배우의 다른 작품들도 선보일 기회가 또 있었으면 한다. 1주기 특별전을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상영하는 걸 고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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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2011)' 상영 전 배우 예지원(왼쪽),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 김동호(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가운데), 배우 박중훈이 무대에 올라 배우 강수연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2023. 5.6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외에도 '달빛 길어올리기' 상영 전 배우 예지원과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 김동호(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배우 박중훈이 무대에 올라 배우 강수연을 추억하며 그와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 강수연 1주기 추모전'은 1주기 당일인 7일부터는 메가박스 성수로 스크린을 옮겨 오는 9일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박중훈·예지원 등 그와의 인연 전해
5월 중순 '강수연 추모집'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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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수연은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에서 비구니 역할을 맡으며 삭발을 했다. 짧은 머리의 해당 사진은 '아제 아제 바라아제' 촬영 이후로 추정된다. /출처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한편, 이달 중순에는 사진집 형태인 '강수연 추모집' 출간될 예정이다. 해당 책에는 영화 촬영 당시의 사진이 들어있으며 영화평론가 정성일과 작가 정세랑, 감독 봉준호와 배우 설경구 등의 글이 함께 실렸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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