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종의 정치 속풀이] 대통령실 기자들이 풀어 본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입력 2023-05-11 15:07 수정 2023-05-11 15:33
취임선서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2.5.10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주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이 정치권의 화두였습니다. 필자 역시 윤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용산 대통령실에 다시 출입하게 됐으니, 저도 출입 1주년입니다. 혹자는 출입 기자들이 대통령과 사진 찍고 덕담 나눈 걸 '응원했다'고 비판하는 기사도 나오는 현실을 보면서 '언론 환경이 많이 변했구나' 생각 하면서 마음가짐을 다져 봅니다.

언론 환경도 이럴 지인 데,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냉혹하고 준엄할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윤 대통령으로서는 여느 대통령보다 더 의미 있는 1주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정치 한번 해 보지 않은 '0선 대통령', 그것도 특수부 검사 출신이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 국정을 이끌어 왔고, 그에 대해 냉엄한 평가로 다시 2주년을 맞는 기분은 새로웠을 겁니다. 자신감도 더 생겼을 법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출범 1년 지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 그동안 추진한 지방, 지역 정책에 대해 어떤 역할 했는지, 또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를 지난 10일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지역 대표 언론 9개사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경인일보 강원일보 광주일보 경남신문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북일보 제주일보)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풀어 보겠습니다.

경인일보처럼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사 기자들인데, 참 다양한 의견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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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윤 대통령의 스타일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얘기했지요. "원칙과 정도를 지키기 위해 뚝심을 보인 1년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겼고,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과제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가 돋보였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한·미, 한·일 동맹 강화로 안보와 실리를 챙겼고, 짧은 기간 미래에 바탕을 둔 다자외교에서 '팀 코리아'로 국격을 높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먼저 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만, 그 건 뒤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매일신문 이호준(이하 모두 기자로 통칭) 기자는 "취임 후 거의 매일 회의, 행사, 국내외 순방 등 쉬지 않고 발로 뛰는 걸 보고 열정·성실·진정성을 느꼈다"고 운을 뗐습니다. 호방하고 친화력 있는 윤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해외 정상 등 누구를 만나도 단시간에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소탈함도 돋보였고,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한일, 한미 관계 복원과 강화에 나서고 노동 등 손대기 힘든 영역의 개혁에 나서는 리더십과 추진력도 돋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사 그렇듯, 보는 눈은 다 같은 거 같습니다.

대전일보 조은솔 기자도 윤 대통령은 진영 논리를 떠나 공정과 상식, 자유와 연대를 강조하면서 '용산시대'를 열어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기대감을 느꼈다는 촌평을 해 주었습니다.

강원일보 이무헌 기자도 1년 중 가장 잘한 것은 '일관성'으로 꼽았고, 핵심 공약에 대해서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성과로 연결하려는 '뚝심의 대통령상'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여론 조사상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윤 대통령의 개인기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는 듯했습니다.
'용산시대' 연 대통령에 '한미'·'한일' 동맹 강화 추진력
"진영 논리 떠나" 자유와 연대 강조, 핵심 공약 일관성·뚝심 
■아쉬운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발언 강도도 셌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결 같이 정치력 부재에 대한 지적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번도 만나지 않고, 거대 야당에 맞서 대립·갈등 구조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소모적으로 시간을 허비한 데 대한 질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도 사람 관계 처럼 상대적인데, '윤석열과 이재명'의 상극 관계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저 역시 윤 대통령의 가까운 지인들과 친분도 있고, 그분의 개인적인 성품도 들어서 잘 알고 있기에 정말 여야 관계만큼은 잘 풀어 갈 줄 알았는데, 검사 출신, 특히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자기 신념이 너무 강해서 인지 '이재명의 매듭(?)'을 풀지 못하는 한계를 엿보았습니다. 대장동 사건, 성남시장으로 여러 가지 특혜 의혹 사건에 휘말린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안 보겠다'는 속내, 그 의지는 강해져 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정치 복원'의 실패라고 지적했고, 다른 기자들도 크게 수긍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전북일보 김준호 기자는 "앞으로 4년을 위해 야당과의 협치 노력과 소통 강화 등 국정 스타일 변화가 필요하다"며 아주 점잖게 얘기했습니다.

경남일보 이상권 기자는 "대통령의 권력은 곧 설득력"이라는 촌철살인을 더 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 윤 대통령은 정치복원을 위해 자신을 좀 내려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자기가 가는 길이 옳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치와 선거는 자기 지지층만으론 절대 유지할 수 없고, 중도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출해야 하는 예술인 것입니다.
야당 협치·소통 강화 등 국정스타일 변화해야 
"대통령의 권력은 곧 설득력"
선서하는 윤석열 대통령<YONHAP NO-4162>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2022.5.10 /국회사진기자단

■정치적인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지역 정책으로 넘어가니 팔도의 기자들은 들끓었습니다. 수도권을 '일극 주의'로 몰아붙이면서 마치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적대적 관계인양 강한 비판과 조언이 제기됐습니다.

경기·인천을 대표하는 기자로서 반론도 제기하고 싶지만, 지역 소멸, 지역 홀대, 지역 소외라는 뉘앙스로 울분을 토하는 모습에 참지 않을 수 없었지요.

사실 지방의 현실을 보면, 인구와 산업, 교육, 문화, 의료 등 수도권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긴 합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대칭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수도권은 수도권 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비수도권은 국토 균형개발 차원에서 정책과 시책이 뒤따라야 할 겁니다. 그야말로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을 얘기하면서 격차가 생기고 서로 반목하게 되면 국민통합에도 좋지 않다"고 경고했습니다. 얼마나 절박하면 이런 발언을 하겠나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어느 지역에 살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지역 균형발전을 국정의 지표로 삼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취임 이후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 추진을 위해 지방 분권·균형발전 추진 체계를 통합했습니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대통령 소속 기관인 자치분권위와 국가균형위를 통합해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을 추진 중이기도 합니다. 아마 지방시대위원회가 시행되면 기회발전 특구·교육자유 특구 제도 도입을 통해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전북일보 김준호 기자는 "지방분권·균형발전정책 방향과 법·제도적 기반 등은 마련됐으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지방시대위원회가 관련 법규 미제정으로 출범이 지연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역대 정부에서 보듯 정권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면 성과를 내기 힘드니 강력한 추진 동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는 다시 중앙부처의 권한 이양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방분권·균형발전 추진체계를 통합한 것은 잘 진행되고 있으나 역대 대통령을 보면 지역 공약을 이행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언급하며, 지금이라도 각 지역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오랜 기간 청와대 출입을 하면서 역대 대통령의 지역 정책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을 토로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시대위원회 법규 미제정 우려
"각 지역 공약 우선순위 정해야"
중앙권한 특례·이양 체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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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4.11 /연합뉴스

제주도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로 지정돼 기존의 지자체와 다른 성격이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제주일보 좌동철 기자는 제주도의 여건을 현실적으로 얘기하면서 중앙 권한의 지방 이양에 대해 합리적인 권한 분배를 강조했습니다. 제주도는 이미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 중이지만 실제 지방 이양에 대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합니다. 좌 기자는 "제주도는 특별법을 통해 4천660건의 중앙 행정 권한과 특례를 이양받았지만, 제주도민들은 특별히 잘 살거나 특별하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앙권한의 이양과 자치 입법권 확대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립과 견제가 아닌 공감대 형성과 합리적인 권한 분배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제주도의 환경을 들으면서 경기도도 비대해진 남북의 불균형 문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 분도) 설치에 대한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제주특별자치도의 운영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지역 정책과 관련, 기자들은 '파격적인 지방정책이 없다.'.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선거, 지지율 하락 등 필요할 땐 지역을 찾아 기력·기운, 표심을 받아가면서 지역에서 보내는 성원과 성의에 화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이 경기도 용인에 300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경기·지역 기자로서 지방의 절실한 목소리를 들으며 더 촘촘하고 계획된 국토균형발전 로드맵이 조속히 만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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