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했다. 2020년 1월 20일 중국인 입국자가 첫 확진자로 판정된 뒤 3년 4개월만이다. 코로나19 위기경보는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졌다.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도 5일 격리 권고로 완화되고, 입국자 PCR 검사 권고는 해제됐다. 병원 외 모든 장소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없어졌다.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아진 것이다.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은 중국 당국이 쉬쉬하는 동안 삽시간에 세계를 휩쓸면서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5월 10일 기준으로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6억8천800여만명, 사망자는 세르비아 인구와 비슷한 687만2천여명이다. 천조국 미국의 인명 손실이 116만여 명으로 가장 컸다.
우리는 11일 기준 누적 확진자 3천135만여명, 3만4천583명이 사망했다. 6·25 전쟁 이후 최대 참사다. 방역전쟁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신천지 사태 이후 쏟아진 확진자를 감당할 병상과 의료진 부족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임종은 물론 장례도 없이 가족을 화장시킨 유족들은 단장의 고통을 삼켜야 했다. 마스크 대란, 백신 도입 지체로 정부는 혼쭐이 났다.
팬데믹 공포에 질린 세계는 국경과 공항을 폐쇄했고, 2020년 세계 교역량은 9.2% 감소해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전세계 대도시에서 인적이 사라지고 상가들이 문을 닫았다. 우리도 자영업자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무더기 폐업으로 생계를 잃었다. 전국민 코로나 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사업으로 재정은 급속하게 악화됐다.
비대면 사회의 도래로 인한 문화적 타격도 심각했다. 코로나19 원년에 중·고교와 대학에 입학한 세대는 동급생 얼굴도 모른 채 졸업했고, 마스크 착용으로 유아의 언어발달이 지체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화산업은 붕괴 직전까지 갔다.
학계에선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로 제2, 제3의 팬데믹 유행을 경고한다. 시베리아 동토층의 갇혀있던 '좀비 바이러스'와 '고대 세균'들은 정체를 몰라 두렵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를 향한 자연의 엄중한 경고다.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복기하고 빈틈을 메꾸어 미리 대비해야 한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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