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 지키는 김포소방서 선후배, 서로의 마음속으로 '출동'

고참과 신참, 각자 시각에서 본 '소방문화'
입력 2023-05-15 21:32 수정 2023-05-1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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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소방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김우성·김송아·김강휘·허윤영 대원.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요즘 청년들을 'MZ세대'라 표현한다. 1980년대~2000년대 출생자를 전부 아우르는 신조어인데 실제로는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를 주로 가리킨다. MZ세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기를 거부한다.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격식에 구애받는 것 없이 자신만의 소신으로 세상과 부딪힌다. 기성세대 시각에서는 개인주의로 보일지 몰라도, 이들 특유의 창의성과 긍정주의는 정체된 사회의식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는다.

김포소방서에도 MZ세대가 곳곳에 근무한다. 고참들이 공직에 입문할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대원들이 화마 속에서 사고 현장에서 또 구급차 안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경인일보는 김포소방서 선후배 대원 간 차담회를 주선했다. 주제는 없었다. 각자의 시각에서 그저 소방문화를 얘기해보자는 취지였다.

차담회에는 소방행정과 김우성(29), 소방안전특별점검단 김송아(29)·허윤영(26), 중앙119안전센터 김강휘(26) 대원이 후배를 대표해 참석했다. 선배 중에는 서재홍(56) 119구급대장과 김민정(41) 재난예방과 주임이 시간을 냈다.

신구세대는 음료 주문을 할 때 티가 났다. '아이스' 일색인 20대 대원들과 달리 선배 두 명과 40대인 기자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걸 알고 잠시 웃음꽃이 폈다.

후배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던 서재홍 대장은 지난 1993년 소방관이 됐다고 소개했다. 김우성·김송아 대원은 그해에 태어났고, 허윤영·김강휘 대원은 그보다도 몇 년 후에 태어났다. 후배들이 맏언니처럼 생각하던 김민정 주임은 2003년에 소방관이 됐다. 따져 보면 그때도 후배들은 초등학생에 불과했다.



수치만으로는 세대 차이가 확 느껴질 법도 한데 후배들은 편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2018년 소방관이 된 김우성 대원은 과거 부천의 대형마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고교생 신분으로 진압을 도운 경험이 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독서실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화재를 목격했다.

고교생 시절 화재 진압 경험한 대원부터
아이들 환호에 직업 보람 느끼는 신참도
기획한 대책이 현장서 실현할 때 성취감
배운 기술, 생활 적용할 수 있는 점 좋아

김우성 대원은 당시 일반 시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소방호스 연결을 거들며 접힌 호스를 풀었다. 정신없이 뛰다 보니 날이 밝았고, 그대로 등교했다. 김 대원은 "소방관이 되어 벌집을 제거하러 출동한 적이 있는데 보호복 속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며 "막상 제거하고 나니 신고한 분이 냉수를 가져다주시더라. 시민을 돕는 게 당연한 일인데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보수까지 받는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2021년 소방관이 된 김송아 대원도 직업적 보람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점검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학교나 유치원 같은 곳에 갔을 때 아이들이 환호해줄 때가 좋았다"고 했다.

중고참 김민정 주임은 남편을 비롯해 언니부부와 사촌동생까지 소방가족이다. 김 주임은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는 걸 볼 때마다 소방관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선제기획을 담당하는 그는 "현장과 상황실, 점검, 민원 등 분야에서 20년간 쌓은 노하우로 기획한 대책이 현장에서 실현될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만족해했다.

현장활동 3대 부서인 '화재진압·구조·구급'을 풍부하게 경험한 서재홍 대장은 "장모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셨을 때 차근차근 확인해 가며 구조해드렸는데, 당시 중학생이던 딸이 아빠가 외할머니를 구한 걸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더라"며 "습득한 기술을 내 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건 직업적으로 큰 장점"이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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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대원으로 참석한 김포소방서 서재홍(왼쪽) 대장과 김민정 주임.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후배들은 민원을 맞닥뜨렸을 때를 힘들어했다. 김송아 대원은 "점검 업무는 아무래도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이 잦은데 우리를 달가워하는 분은 거의 없다"며 "매번 하는 업무지만 반응이 천차만별이라 쉽지 않고 '일 안 하면서 돈 받아간다'는 조롱을 들을 때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처음 제복을 입은 허윤영 대원은 "얼마 전 민원인이 과태료부과 때문에 내게 20분 넘게 원성을 퍼부었다. 소방이 제대로 일을 안 해 피해를 보게 됐다며 막무가내로 책임을 전가해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군대 선임의 권유를 받고 2021년 소방관이 된 김강휘 대원은 바깥에서 본 소방과 실제 소방이 달랐다고 했다. 김 대원은 "화재진압 같은 경우도 전에는 단순히 물 뿌리고 불 끄는 걸로 생각했는데 들어와서 배워보니 매우 체계적이고 재난유형별로 전술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예를 들어 아파트 화재에서 내부에 사람이 있을 때 바로 분사하면 '열기 중성대'가 깨지면서 요구조자가 더 위험에 처한다. 주민들은 빨리 물 안 쏘고 뭐하냐고 할 수도 있는데 상황에 따라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선배들로부터 장비의 변화가 크다는 얘기, 근무일지를 수기로 썼다는 얘기 등을 들으면 내가 좋은 시기에 들어왔구나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송아 대원은 "소방업무에 화재진압과 구급만 있는 줄 알았더니 점검과 예방대책, 의용소방대 관리, 민원 등 분야가 아주 많았다"고 했고, 허윤영 대원은 "목숨 걸고 일하는 직업이라는 각오로 들어왔는데 소방서에서 너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후배들, 민원과 맞닥뜨렸을 때 힘들어
바깥서 본 소방, 실제 소방과 다르기도
고참, 좋아진 차량 등 장비서 격세지감
돌봄휴가 생기고 육아휴직도 자유로워
서재홍 대장은 장비 부문에서 특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우선 차량 기능이 매우 좋아졌고, 개인에게 지급되는 피복과 장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2000년대 들어 조금씩 개선되다가 기술의 발전과 비례해 장비도 급발전하고 실전력도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김민정 주임은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순번휴무제가 도입돼 '복 받은 줄 알라'는 말을 들었는데 점점 가족돌봄휴가와 유연근무제 등이 생겨났다"며 "지금은 출산·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쓴다. '라떼'라는 말이 유행이지만(웃음), 나 때는 정말 만삭인 구급대원도 출동을 나갔다"고 회상했다.

신세대라 해서 책임감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김우성 대원은 "무슨 일이 있으면 해결해줄 것 같은 이미지 때문에 아이들은 소방관과 경찰관에 열광한다"며 "그러나 시험에 합격하고 근무하면서 이들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이자 친구이고 현장에 가면 부담을 갖는구나 싶었다. 나 역시 시민들이 원하는 걸 100% 못 해주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있다"고 고백했다.

후배들에 바라는 점은 없는지 묻자 김민정 주임은 "알려주고 싶은 게 많지만 어느 순간 내가 이러는 게 잔소리인가 싶어 주저한다"며 "협업이 중요한 조직에서 소통의 부재로 소방활동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된다. 후배들과의 소통을 위해 '90년대생이 온다'는 책도 읽고 자녀와 대화를 자주 한다"고 밝혔다.

또 선배들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김강휘 대원은 "우리에게 설명하는 게 잔소리가 될 것 같다고 하시지만, 나는 반대로 그런 설명을 더 해줬으면 좋겠다.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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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하는 김포소방서 대원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긴 서재홍 대장은 "후배들에게 제일 많이 듣게 되는 말이 '그런데요'다. 본인이 잘못 판단한 상황에서도 그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해 아쉬웠다"며 "나도 바뀌려 한다. 전에는 '알아들었느냐'는 표현을 잘 썼는데 요즘은 '네가 알아들을 수 있게 내가 설명을 잘 했느냐'고 묻는다. 어감만 살짝 바꿔도 사람의 기분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우성 대원은 "선배들이 무조건 우리를 이해해주려 노력하기보다는 필요할 땐 확실히 지적하고 가르쳐주는 게 후배의 미래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알려줘야 할 것도 고민하다가 못 알려주면 후배들은 배울 기회가 줄고 이는 국민의 안전과 연결이 된다. 세대 간 커피 한잔 소주 한잔 권유하며 품어주는 문화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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