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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셀트리온 신축 공장 노동자.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 제공

셀트리온 제3공장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하며 사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이하 노조)는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G타워(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ESG 경영(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셀트리온 건설 현장에서 노동인권은 바닥을 치고 있다"며 "사람 살리는 제약공장을 건설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는 셀트리온 제3공장(약 6만ℓ 생산 설비) 건설현장에는 공사를 맡은 (주)성도이엔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8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노조는 많은 인력이 투입된 대규모 현장인데도 화장실, 휴게실, 식당 등이 턱없이 부족해 노동자들의 원성이 크다며 공사 발주처인 셀트리온과 시공사를 비판했다.

기자회견 열어 "노동 인권 보장하라" 촉구
설문자 전원 화장실 식당 '부족하다' 응답
성도이엔지측 "법 충족 떠나 의견 수렴 개선"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 설치 일을 한다는 A(38)씨는 "휴게공간이 너무 적어 그늘진 곳에 박스를 깔고 쉬고 있다"며 "화장실이 부족한 데다 근무자들이 주로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가다 보니 그때만 되면 줄이 길어 제대로 볼일을 보지 못하고 업무에 복귀할 때가 많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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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셀트리온 신축 공장 노동자.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 제공

노조가 이달 초 현장 노동자 1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전체의 64.5%(82명)가 화장실과 식당이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부족하다'는 응답자는 45명(35.5%)이었다. '적당하다', '충분하다', '매우 충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없었다. 또 협력업체별 휴게실 배치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응답자 113명 중 80명(70.7%)이 '매우 부족하다', 33명(29.2%)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화장실과 식당, 휴게실 부족 문제는 각 협력업체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발주처인 셀트리온과 공사를 맡은 성도이엔지가 나서 해결하라"고 했다. 이어 "송도에는 SK, 삼성, 롯데 등 대기업의 바이오 산업단지가 몰려 있다"며 "바이오 산업단지를 유치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나서 노동 인권 실태를 점검하라"고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송도국제도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화장실과 휴게실 등이 부족하다(2022년 1월21일자 1면 보도=단일 세계최대규모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건설 현장은 인권침해·안전 불감증")며 사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주)성도이엔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명시된 기본시설(휴게실·화장실) 숫자는 모두 충족했다"면서도 "사업장 규모가 크다 보니 노동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 같다. 법 기준 충족 여부를 떠나 노동자들 의견을 적극 수렴해 현장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