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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11시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운정역~서울역 구간의 13번 환기구 공사 현장은 여러 작업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매우 분주했다. 공사장 출입구에선 연이어 자재를 싣고 온 레미콘과 화물 트럭들을 안내하느라 직원들이 바삐 움직였다.
깊이 70m·지름 12m 원통 모양의 초대형 환기구 안에서도 안전모를 쓴 직원들이 설비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이 환기구는 대심도 급행 철도인 GTX가 깊숙한 지하에서 시속 100㎞ 이상 달릴 때 내뿜는 열과 먼지 등을 흡기, 배기하는 장치다.
이 공사장은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지구의 중심지다. 인근엔 2027년 하반기 1천700세대가 첫 입주하는 '첫마을'과 함께 자족기능을 부여한 경제·상업지구가 조성된다. GTX-A가 정차하는 창릉역도 신설될 예정이다.
공사장 지하엔 이미 GTX-A가 운행할 수 있도록 이중 터널을 만들어놨다. 계획대로 내년 하반기부터 GTX-A가 이곳을 통과한다. 789만여㎡ 규모의 고양 창릉지구 지상은 초록이 무성한 원예농가와 해산한 군 부대의 흔적만이 남아 시간이 멈춘 듯했지만, 70m 지하에선 3기 신도시의 대동맥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망이 이미 약동하고 있었다.
GTX-A, 창릉지구 인근 공사 한창
B·C는 신도시 준공전 개통 미지수
오는 9월 3기 신도시인 창릉지구가 착공하는 가운데 GTX-A 공사가 속도를 내는 것은 3기 신도시가 '선 교통 후 입주' 원칙에 따라 추진되는 점과 맞닿아있다. 지난 1·2 신도시 건설 당시 발생했던 교통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 신도시들은 택지 개발 및 주택 공급을 우선시 하다 보니 교통망 확충이 늦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입주민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게 입주 전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신도시를 만드는 '선교통 후입주' 계획이다.
관건은 GTX-A를 제외하고는 '선 교통 후 입주'가 원활히 추진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신도시 착공은 순차적으로 준비되고 있는데, 이와 맞물린 다수의 교통 인프라 조성이 속도를 내지 못해서다.
GTX만 해도 B와 C노선은 사업자 유찰과 지역 민원 등으로 본래 일정보다 착공이 2~3년 지연됐다. 현재 시점에선 각각 내년 상반기,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30년, 2028년에 개통될 예정이다. GTX-B가 통과하는 남양주 왕숙지구의 경우 2028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인데, 자칫 B노선 개통이 입주보다도 늦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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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협조도 변수 중 하나다. 서울시는 2021년 원인자 부담 원칙을 주장하면서 서울로 연결되는 철도 노선을 연장할 경우 비용을 경기도에서 부담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엔 최대 혼잡률(수송정원 대비 수송인원)을 현행 150%에서 120%로 낮추는 대책을 만들어야 연장에 협의할 수 있다는 통보까지 있었다.
철도 연장 '원인자 부담' 주장 서울
협의 늦어지면 3개 노선 지연 전망
"대광위에 적극적 중재 권한 필요"
서울시와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창릉지구에 서부선을 13.9㎞ 연장하는 고양은평선, 왕숙지구에 9호선을 18.1㎞ 연장하는 강동하남남양주선, 하남 교산지구에 3호선을 12㎞ 연장하는 송파하남선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선 교통 후 입주' 계획을 실현하려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 관계자는 "세 노선 모두 현재 기본계획 수립단계다. 비용 부담과 혼잡률 감소 방안에 대해서 서울시와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합의가 지연될수록, 착공 계획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교통이 불편하면 입주민뿐 아니라 기업들도 오지 않으려고 한다"며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에 서울시와 경기도를 적극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초기 입주보다 교통망 개통이 늦어질 경우엔 광역버스 등을 운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 관련기사 3면([3기 신도시, 경기도 지형 바꿀까·(下)] 앵커기업 관건인데… 같은 시기 4개지구 '유치전 치열')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