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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반드시 인천에 설립돼야 합니다!"

재외동포청 유치로 탄력을 받은 인천시가 이번엔 '법원' 유치를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인천고등법원과 해사전문법원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인천 지역사회 역시 이들 법원 유치전에 적극 참여하며 힘을 싣고 있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인천지방변호사회 관계자 등 100여명으로 구성된 '인천고등법원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가 지난 4월 출범했고, 인천항발전협의회, 인천상공회의소 등 10여개 기관·단체들도 지난달 '해사전문법원 인천설치 범시민 운동본부'를 구성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항소심 소송, 연평도 등 이틀 소요 '접근성 불편'
10년후 100만명 늘어 사법 서비스 수요 증가세

인천시, 항만·국제공항 소재 특성 '타당성' 강조
법 개정 필요… 국회 2020년 발의 설립 법안 계류


인천시는 이런 지역사회 움직임을 기반으로 최근 인천고등법원과 해사전문법원 설립을 위한 '100만인 유치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완성된 '100만인 서명부'를 국회에 전달해 인천고등법원·해사전문법원 유치 관련 법안의 조속 통과를 촉구한다는 구상이다.

인천시는 이들 법원이 인천에 유치되면 시민 편의성 향상을 비롯해 지역 경쟁력 강화 등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관련 법률의 개정과 법원행정처 등 관계부처 설득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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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고등법원, 왜 필요한가


인천고등법원은 지방법원 합의부 등 1심 판결·결정·명령에 대한 항소 또는 항고사건을 심판한다.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고등법원이 없는 곳은 인천과 울산뿐이다.

인천에는 2019년 3월부터 서울고등법원 인천원외재판부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곳은 민사·가사사건 소송 재판만 다룬다. 인천과 경기 부천·김포 시민들이 형사·행정 사건 항소심 소송을 받으려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등법원까지 가야 한다. 인천 등 수도권 서부지역에서 서울고법까지 대중교통으로 평균 1시간30분 가량, 왕복으로는 3시간 이상 걸린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섬 주민들의 경우 기본이 이틀이다.

접근성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인천은 신도시 조성을 비롯한 대규모 택지개발, 경제자유구역 조성 등으로 인구가 늘고 있다. 전국 특·광역시 중 유일하다. 장래인구추계 결과 인천시 인구는 2037년 43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 인구가 296만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10여년 간 100만명 넘게 증가하는 셈이다.

인천지방법원이 담당하고 있는 경기 김포시·부천시 인구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 사법 서비스 수요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다.

현재 서울고법 판사 1명당 사건 수는 98.85건으로, 전국 6개 고법 중 가장 많다. 전국 고법에 접수된 본안 3만4천412건 중 절반 이상인 2만659건(60%)이 서울고법에 집중돼 있는 상황으로 업무 과부하에 놓여있다. 인천고법이 설립되면 서울고법의 업무량을 분산해 사법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송 관련 시간과 경제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인천고법 설치 시 타 지역 고등법원보다 항소심 건수가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천연구원이 인천고법 설립 시 접수될 예상 항소심 건수를 예측한 결과, 대구고법(1천812)보다 많은 1천844건으로 예상됐다. 특히 형사 공판 항소심 건수는 875건으로, 대전고법(868건)·대구고법(738건)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천고법이 설립된다면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고법 인근에 대형 법무법인·중소형 법률사무소 등이 생겨나면서 법률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인천연구원 분석이다.

인천연구원은 이에 따라 생산유발효과 약 3천2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약 1천300억원 등 4천500억원 정도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2천여 명의 취업 유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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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인천지방변호사회 관계자 등 100여명으로 구성된 '인천고등법원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가 지난 4월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 해사전문법원, 왜 인천인가


해사전문법원은 선박 충돌 사고나 해상보험, 선원사건 등 해양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을 전담하는 법원이다. 우리나라는 해사법원이 없어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 외국의 재판·중재에 의존하는 실정인데, 해마다 3천억~5천억원의 법률 비용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국내 첫 해사법원 유치전에는 인천시를 비롯해 부산시, 서울시, 세종시가 뛰어든 상황이다.

인천시는 항만과 국제공항이 있는 지역 특성상 인천에 해사법원을 설립하면 소송 당사자의 사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사법원 인천설립의 타당성은 인천연구원의 '해사전문법원 인천 설립 타당성 검토'에서도 입증됐다.

인천연구원은 인천에 해사법원과 업무 연계성이 높은 해양경찰청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해양경찰청은 해양 범죄 수사뿐만 아니라, 국제 해양 갈등 조정도 맡는다. 해양관련 사건은 일차적으로 해양경찰청이 수사하는 만큼, 해사법원이 지역에 있을 때 기관 간 업무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

인천에 해양관련 국제기구인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아태지역사무소)가 설치돼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천연구원은 해사법원이 인천에 설립될 경우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와 연계·협력해 전문적인 해사사건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인천연구원은 해사법원은 좁은 범위에선 선박·해상·선원관련 분쟁을 다루지만,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어업권 분쟁이나 항공사건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해사법원은 통상적 해상사건뿐 아니라 해양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사건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해사법원의 기능을 민사에 더해 어업권 등 해상분쟁으로 확장한다면 설립 장소의 최적지는 인천이라는 주장에 힘이 붙는다.

강동준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부 연구위원은 "부산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 해사전문법원을 유치하기 위한 주요 논리로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해사·해양관련 분야의 경우 인천이 수도권에 인접해있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양도시 간 균형발전을 위해 국내 해양·해사기관의 입지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신속성과 현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입지성을 따져봤을 때도 인천이 최적지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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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발전협의회, 인천상공회의소 등 10여개 기관·단체들로 구성된 '해사전문법원 인천설치 범시민 운동본부'가 지난달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해사전문법원 인천 유치 범시민촉구대회를 개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 인천고등법원·해사전문법원, 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인천고등법원과 해사전문법원은 모두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천고법 설치를 위해서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해사법원은 법원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신동근 의원이 2020년 발의한 인천고법 설치 관련 법안과 같은 해 국민의힘 윤상현·배준영 의원이 발의한 해사법원 인천 설립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들 개정안은 인천에 인천고등법원, 해사법원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인천고법의 경우 수도권 인접 지역과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인천시는 인천지법 관할인 부천, 김포를 포함한 인구 420만명의 법률 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인천고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법 관할 인구 기준이 500만명으로 정해져 있는 실정이다. 경기 북부권인 고양시, 파주시 등도 인천고법 관할로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정부에 고법을 설치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자칫 인천고법 설립 동력을 떨어뜨릴 요인이 될 수 있다.

해사법원 유치는 법원조직법 개정 후 법원행정처가 결정하는 사안으로, 법조계 역할도 중요하다. 인천지방변호사회 등은 인천 해사법원 유치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은 1895년 우리나라 최초의 재판소인 인천개항장 재판소가 설치된 근대사법의 발상지로서 자부심이 큰 도시"라며 "관련 부처·국회에 300만 인천시민의 염원을 담은 서명부를 전달하고, 법률개정 촉구를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천고등법원·해사전문법원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고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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