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무너진 게 엊그제 같은데…출근길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사고라니요."
'정자교 붕괴사고'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두 달 남짓 지난 시점에 분당선 수내역에서 출근길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14명이 다치는 사고가 성남 분당에서 잇따라 발생하자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경기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0분께 성남시 분당구 수내역 2번 출구에서 작동 중이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뒤쪽으로 역주행했다. 이 사고로 A씨 등 시민 14명이 다쳤다. 일부는 허리와 다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수내역 출근길 사고 14명 부상
'정자교 붕괴' 두 달 만에 또…
사고 당시 인근에 있던 김모(26)씨는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비명이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아래에 깔려 있었다"며 "보는 것조차 당황스러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와서 사람들을 하나둘 실어갔다"고 떠올렸다.
경기소방이 제공한 사고 당시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출근 시간대 줄지어 탑승하던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역주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려던 시민들은 이를 보고 급하게 뛰어 대피했고, 앞서 탑승해 있던 이용객들은 에스컬레이터가 빠른 속도로 역주행하자 도미노처럼 줄줄이 넘어졌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용객들이 에스컬레이터 하단부에 겹겹이 쌓이고 나뒹굴며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지난 4월 발생해 사망 1명 등 2명의 사상자를 낸 정자교 붕괴 사고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공공 교통수단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인근 주민 황모씨는 "지하철을 오고 갈 때 늘 (사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는데 믿기지 않는 사고가 발생해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며 "앞으로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기종, 지난달 '이상 없음'
코레일 "합동조사로 원인 파악"
특히 정기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점은 노후시설에 대한 안전 우려를 키운다. 사고 직후 수내역 운영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사고 에스컬레이터가 지난달 10일 월 단위 정기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관계기관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사고 에스컬레이터가 2009년 설치된 노후 기종인 점을 고려하면 사전 점검만으로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자교도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1993년 건설된 노후 교량이었다.
코레일 측은 이날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합동 사고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는 한편, 전국 역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일제 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5면(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반년전 모의훈련 경험, 더 큰 사고 막았다)
/김순기·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