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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마을 구성원들이 함께 배움과 돌봄을 분담하는 '마을학교' 개념이 인천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업 초기만 해도 방학이나 방과 후에 보육과 교육을 맡았던 것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마을 활동가를 양성하거나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베트남 문화 알려주는 '월남촌 사랑마을 사랑방'
원어민 강사의 언어교육… 음식 만들기 등 진행
손주·며느리와 소통하려 동네 할머니들도 발길

중구 휘란작은도서관서 '우리마을 해설사' 모집
특별한 장소·물건 주제로 그림동화 만들어 홍보

시교육청, 올해 7개 區와 함께 130개 사업 운영
텃밭·원예·목공·사물놀이 등 학습 주제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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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방문한 중구 마을학교인 월남촌 사랑마을 사랑방에는 베트남어와 미술을 배우려는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월남촌에 모여 사는 다문화가정 자녀나 인근에 거주하는 일반 가정 아이들은 물론, 손주나 며느리와 편안하게 소통하려는 동네 할머니들까지 베트남 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월남촌 사랑마을 사랑방은 지난해 인천시교육청 마을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함께 하는 월남촌 마을학교 1기'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동네 주민들은 베트남어 교육과 함께 미술 수업, 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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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구 휘란작은도서관이 운영한 마을학교 '나는야 우리마을 해설사' 활동으로, 학생들이 마을을 탐방하고 직접 마을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랑 놀자 제공

베트남어 교육은 마을 주민이기도 한 원어민 강사가 직접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 마을학교가 열리는 날이면 월남촌 회장이 방문해 아이들을 격려하고, 복지사들이 직접 아이들의 간식을 챙겨오는 등 온 마을이 관심을 쏟는다.

월남촌 마을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박은혜 교사는 "처음에는 5명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2기 마을학교에는 아동 13명과 주민 3명 등 총 16명이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주민이 함께하고 아이들의 미술 작품도 전시할 수 있도록 더 넓은 공간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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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구 휘란작은도서관이 운영한 마을학교 '나는야 우리마을 해설사' 활동으로, 학생들이 마을을 탐방하고 직접 마을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랑 놀자 제공

앞서 8일 찾아간 중구 휘란작은도서관(우리랑 놀자)에서는 올해 운영 예정인 중구 마을학교 '나는야 우리마을 해설사' 참가자 모집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류옥경 휘란작은도서관장이 맡아 지난해 처음 운영했는데, 아이들이 '우리 동네의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특별한 장소나 물건을 주제로 자신만의 그림동화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활동이다.

지난해 마을학교에 참여한 초등학생 12명은 신흥동 곳곳을 직접 탐방하며 답동성당, 중구청, 나무 전봇대, 애관극장 등 다양한 것들을 주제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지었다. 학생들의 글과 그림이 담긴 보물설명서는 한국사법교육원 등이 후원한 전시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마을학교의 최종 목표는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중구 지역 축제에 해설사로 참여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축제가 대부분 취소돼 이뤄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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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구 휘란작은도서관이 운영한 마을학교 '나는야 우리마을 해설사' 활동으로, 학생들이 마을을 탐방하고 직접 마을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랑 놀자 제공

류옥경 관장은 "올해는 신포동과 그 일대를 무대로 활동할 초등학생 6명, 중학생 6명을 모집하고자 한다"며 "오는 9월에 열리는 마을축제에서 해설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만큼 오는 17일부터 오리엔테이션, 마을 탐방, 학생들이 소개하고 싶은 장소 선정과 자료조사, 스토리텔링 구성, 홍보물 제작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마을학교란 한 지역의 아동·청소년이나 주민 가까이서 운영되는 교육 공간인 만큼 학생·주민들이 배울 필요가 있거나 경험해볼 만한 주제로 운영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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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구 휘란작은도서관이 운영한 마을학교 '나는야 우리마을 해설사' 활동으로, 학생들이 마을을 탐방하고 직접 마을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랑 놀자 제공

지난 2019년 인천시교육청과 미추홀구, 계양구, 부평구 등 3개 지자체가 42개 마을학교를 운영한 것에서 시작해 올해는 미추홀구, 계양구, 연수구, 남동구, 중구, 부평구, 서구 등 7개 지자체가 함께 130개 마을학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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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중구 마을학교인 월남촌 사랑방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이 함께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미술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올해 운영 중이거나 개강 예정인 마을학교의 학습 주제도 다양하다. 그 예로 '파릇파릇 새싹 텃밭과 생태체험 원예교실(두레정원 사회적협동조합)', '종이랑 클레이랑(부평5동주민자치회)', '목공교실 나무야 놀자(레베카아트)', '우리마을 둥둥 사물놀이 교실(서곶들노래보존회)', '로봇코딩을 통한 자율주행 자동차 만들기(국제청소년 로봇연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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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중구 마을학교인 월남촌 사랑방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이 함께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미술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마을학교는 한 마을에서 배움과 돌봄이 이뤄지도록 마을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밖 학교'를 의미한다"며 "사업이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매년 마을학교를 선정하고 운영자 역량 강화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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