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201000860400039911.jpg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서 '이화한복'을 운영하고 있는 김인옥(70·여)씨는 "원하시는 한복 언제든 지어드립니다"고 말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

인천시는 '이어가게'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고유의 정서와 특색 담은 오래된 가게를 발굴·지원해 골목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크다. 30년 이상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이 대부분이다. 경인일보는 이어가게로 선정된 노포를 찾아 그곳의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기획물을 9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원하시는 한복, 언제든 지어드립니다."

'이화한복' 내부엔 형형색색의 한복들이 걸려 있다. 수십 년째 맞춤 한복을 짓고 있다는 김인옥(70·여)씨는 가게 안에 걸린 한복을 매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사거리에는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이화한복'이 있다. 개업한 지 5년째 되던 해에 간판을 '이화주단'으로 바꿨지만, 이곳을 꾸준히 찾는 이들은 여전히 '이화한복'이라고 부른다. 김씨는 며느리인 안효정(40·여)씨와 함께 이화한복을 지키고 있다.

결혼식이나 잔칫날 입을 한복을 맞추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가득했던 김씨의 가게는 최근엔 한산한 편이다. 김씨는 "5년 전부터 한복을 찾는 손님이 줄다가 코로나19로 손님이 아예 뚝 끊겼다"며 "우리 것인 한복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잔칫날 찾던 손님들 점차 줄어들어
외국에서 한복 관심가지는 경우 많아
서른살부터 바느질, 어깨 수술까지
솜씨 좋은 며느리와 10년째 동행 중

2023062201000860400039912.jpg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서 '이화한복'을 운영하고 있는 김인옥(70·여)씨가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

한복을 찾는 한국인은 줄었지만, 외국인 손님은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엔 미국에 사는 한 재외동포가 자신의 결혼식에서 드레스를 입지 않고 한복을 입겠다며 김씨의 가게를 찾기도 했다. 김씨는 "한국 사람들은 점점 한복에 관심이 없어지지만, 외국인이나 재외동포가 한복을 지으러 오는 경우도 많다"며 "한국에서도 한복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른 살부터 쉬지 않고 한복을 지어온 김씨의 어깨는 성할 날이 없었다. 바느질이 힘들어질 정도여서 지난해엔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는 "몸이 좋지 않아 가게를 물려주고 싶었는데 다행히 며느리가 솜씨가 좋고 가게를 이어가고 싶다고 해서 안심했다"며 "10년 가까이 며느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다"고 했다.

 

2023062201000860400039913.jpg
인천 남동구 간석동 이화한복./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

 

체크무늬 같이 다양한 색감·디자인 항상 고민하죠.

 

김씨의 가게엔 최근 한복 대여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김씨는 "최근에는 일 년에 몇 번 입지 않는 한복을 맞추기보다는, 하루 정도 대여를 원하는 손님이 많다"며 "대여 한복도 맞춤 한복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씨가 가게를 차렸을 당시만 해도 인근에 7개의 한복가게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홀로 남아 한복가게를 운영하는 김씨는 좋은 날을 맞아 한복을 맞추려는 손님들을 위해 여전히 바느질한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체크무늬 한복같이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는 편"이라며 "앞으로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세련된 한복을 짓겠다"고 다짐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


연재_오래된가게이어가게.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