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아시신 유기 (3)
지난 21일 오후 영아 시신 두 구가 냉장고에서 발견된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2023.6.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생활고를 호소함에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영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서 나아가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6월22일자 7면 보도=[단독] 수원 아파트 냉동고서 영아 시신 2구… 사실 몰랐던 남편 "못 지켜줘 미안해")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잇단 비극을 막기 위해 대상별 맞춤형 복지 확대와 함께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적극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30대 A씨가 출산한 영아 둘을 살해하고 수원시 장안구 아파트 주택 내 냉장고에 은닉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가 밝힌 범행 동기는 생활고다. A씨는 남편 B씨와 함께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생활고를 겪는 가운데 다시 임신하게 되자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아기 살해한 해, 기초수급·차상위 등록 안돼
어렵게 살면서도 지원제도 몰랐을 가능성
지난 1월 성남 극단선택 모녀도 지원 밖
'월 50~200만원 소득' 때문에 지원 끊겨
"복지수급 대상 '신청주의' 사각지대 불가피"

하지만 A씨가 아기를 살해한 2018년과 2019년에 A씨 부부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등록되지 않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시기였다. 이듬해 A씨 부부는 거주지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차상위계층 등록을 신청해 통과했다. B씨가 경인일보 인터뷰에서 "경제적 문제로 이사를 몇 차례 다니면서 복지센터를 통해 차상위계층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한 점과 A씨 경찰 진술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어렵게 세 자녀와 살면서 지원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1월 성남시에서 극단선택을 해 숨진 모녀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정부의 지원 밖에 있었다. 경찰과 성남시 등에 따르면 딸 C씨는 2015년부터 '저소득 한부모 가정' 지원 대상에 속해 매달 월 20만원의 양육비를 지원받았으나, 지난해 상반기 만 18세가 된 자녀가 취업하자 지원이 끊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C씨는 월 50만~200만원을 벌며 모친을 돌보면서 채무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기준중위소득 50% 이하가 대상인 차상위계층에 속하지 못해 정부 지원은 비껴갔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조처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완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복지 수급 대상이 신청해야 하는 '신청주의'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하더라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협력을 통해 복지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데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상위계층 등에 대한 지원책은 많은데 혜택이 돌아가는 '적중률'은 떨어진다. 복잡한 제도를 대상 맞춤형으로 전환하는 방향의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