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이성일대표 (11)
이성일 뜰 커피 대표가 수원시 장안구 뜰 20 카페에서 맛이 풍부한 케냐산 원두를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도 커피의 고급화에 집중했다며 "결국 진짜 커피로 승부를 보는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에는 뜰이 있다'.

경기 침체에 고물가가 더해지며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에 많은 용량을 앞세운 '가성비' 커피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 수원시에서만큼은 얘기가 좀 다르다. 이들 브랜드가 쉽게 아성을 넘보지 못하는 수원 토종 커피 전문점이 있어서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11년 동안 가장 기본 커피인 아메리카노는 물론 라떼 등 여타 음료 가격을 단 한 번도 올린 적 없는 '뜰 커피'다. 아메리카노는 2천원, 카페라떼는 3천원이다.

수원에서 출발해, 수원 일대와 인근 지역에만 지점을 둔 대표 로컬 브랜드이기도 하다. 수원 사람이라면 '수원에는 뜰이 있다'는 문구가 낯설지 않다.

가성비 커피 브랜드로서도, 로컬 브랜드로서도 신화를 써가고 있는 뜰 커피는 이성일(47) 대표의 손에서 시작됐다. '싸고 맛있는 커피를 손님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경기도청 인근 작은 카페였던 뜰 커피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의 구상대로 핫, 아이스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음료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했다. 컵도 현재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에 버금가는 크기로 통일했다. 경기도 커피 프랜차이즈 중에선 최초였다. 이 대표는 "사업은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다. 다른 커피 전문점과 차별화된 점을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최초 핫·아이스 막론 동일가 책정·벤티 사이즈 통일
'물류의 자유' 차별성… 가맹점 재료비용 부담 경감 구조
프랜차이즈 신메뉴 쫓지않고… '디카페인' 추출 저가중 유일
작년 브랜드 '123커피' 론칭 기계화로 더 저렴한 가격 특징


뜰커피

■ 위기를 기회로, 도전을 돌파구로


뜰 커피의 차별성은 여타 프랜차이즈에서 볼 수 없는 '물류의 자유'에서도 나타난다. 본사에서는 가맹점에 원두와 컵만 납품한다. 디저트나 과일 등은 직접 납품하는 게 아닌 각 가맹점에 저렴하게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루트를 소개한다.

본사의 유통 마진은 줄이되, 가맹점엔 물류의 자유를 줘 각 점주들이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구조다. 가맹점주의 원가 절감이 음료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점주와 소비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어려움에 직면한 자영업자가 많았던 상황에서도 뜰 커피는 44개의 가맹점이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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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물론 풍파도 겪었다. 코로나19 사태 때 아메리카노 가격을 1천500원으로 500원 할인하는 행사를 한창 진행했던 무렵, 생두를 납품하던 회사가 돌연 거래를 중단해서였다. 그러나 전화위복이었다. 새로운 인연이 곧 새로운 기회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 뜰 커피는 기존 생두 납품 회사와의 문제로 1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교류해왔던 다른 생두 회사를 택하게 됐는데, 덕분에 케냐 생두를 저렴한 가격에 바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전엔 여느 커피 프랜차이즈처럼 부드러운 향과 중성적인 맛을 지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브라질산 원두를 사용했다. 강렬한 향과 풍부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케냐 원두는 비싼 편이다. 새로운 인연 덕에 케냐 원두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을 개척해, 뜰 커피 맛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커피 맛은 카페의 생명이기에 뜰 커피로서도 큰 도전이었지만, 이 대표는 과감히 결정했다. 결단은 또 다른 위기를 타개하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다.

그는 "사실 원두 베이스를 바꾼다고 했을 때 대다수 점주가 커피 맛이 바뀔까 봐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그때가 다른 저가 커피와 승부를 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원두값이 치솟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 속, 혁신하지 않으면 뜰 커피가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봐서였다. 점주들을 만나 '바뀌지 않으면 다 죽는다. 기존 원두와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겠다. 제발 한 번만 믿어달라'고 호소하고 설득했다"며 "그 이후 맛도 좋아졌지만, 브라질산 원두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30~40% 커피 프랜차이즈가 위기를 맞았을 때 뜰 커피는 위기를 돌파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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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연에 집중하는 게 곧 혁신


이 대표는 누구보다 커피에 '진심'이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가성비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수많은 신 메뉴들을 내놓지만 이를 따라가는 게 아닌 오로지 커피 자체에 집중하자는 게 이 대표의 경영 방침이다.

그는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 등 규모가 큰 커피 프랜차이즈를 이기긴 쉽지 않다. 그들이 석권하고 있는 시장에서 그들이 내놓는 신 메뉴를 따라 해봐야 후발 주자에 그칠 뿐"이라며 "따라해서 내놓는 메뉴는 마진도 높지 않은데, 현장에서 음료를 제조할 때는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그들이 귀찮아서, 쉽게 건들지 못하는 시장을 공략하는 게 옳다고 봤다"고 했다.

인터뷰...공감 이성일대표 (9)

10개월 전 첫 선을 보인 '디카페인' 커피가 대표적인 예다. 보통 디카페인 커피는 더치커피 회사에서 납품받은 원액으로 제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매장에서 직접 디카페인 원두를 추출하려면 그라인더(원두 분쇄기)를 새로 마련해야 해 비용이 발생해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디카페인 원두도 일반 원두처럼 직접 갈아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때도 점주들을 일일이 설득했다.

이 대표는 "그라인더를 하나 더 두게 되면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점주 입장에서는 쉽게 택하기 힘든 방식이다. 더치커피를 사용하는 것보다 귀찮기까지하다. 그런데 마진 폭은 2배로 늘었다. 디카페인 커피 때문에 찾아주는 분들도 늘었다. 지금은 점주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며 "저가 커피 브랜드 중 디카페인 원두의 샷을 직접 내려 추출하는 곳은 뜰 커피밖에 없을 것"이라고 유쾌하게 웃었다.

'커피 전문점'이라는 본연의 방향을 지키면서도, 혁신적인 시도 역시 계속하고 있다. 스페셜티 아이스와인 더치커피, 필터백 커피, 캡슐커피 등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필터백 커피다. 녹차 티백처럼 컵에 티백을 넣고 물을 담으면 커피가 우러나오는 방식이다.

케냐에서 생산되는 AA 탑 원두 중에서도 최상위 1% 원두인 골드엔타이싱 원두를 사용한 스페셜티라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그만큼 준비하는 데도 오래 걸렸다. 이 대표의 자부심이다.

이 대표는 "필터백 커피를 준비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외부 포장재, 내부포장재도 이탈리아에서만 판매되는 크라프트지를 썼다. 커피 원두도 뜰 커피에서 전국 독점으로 판매 중인 상품이다. 다른 회사가 안 하는 이런 독창적인 걸 만들어서 가맹점에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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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커피에서의 도전과 혁신의 시도를 바탕삼아, 지난해엔 과감하게 새로운 브랜드인 123커피도 선보였다. 123커피를 통해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와의 진검 승부를 계획 중이다. 123커피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뜰 커피 원두와 품질은 비슷하지만, 기계화를 통해 가격은 보다 저렴하게 책정한 게 특징이다.

동탄에 낸 1호점에선 하루에 커피 400~500잔이 판매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8월엔 뜰 커피의 본 고장인 수원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외길을 걸으며 끝없이 앞으로 나아간 게 그의 자신감의 원천이다. 이 대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결국은 돌고 돌아 커피로 승부를 하는 거다. 진짜 커피를 하는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성일 대표는?

▲1975년생 ▲ 現 뜰 커피 대표 2012~
▲現 123커피 대표 2022~
▲現 오드리 인터내셔널 대표 2023~
▲現 수원시 복싱협회 이사 2022~
▲現 경기르네상스포럼 이사 2022~
▲現 수원시 야구 소프트볼 협회 이사 2023~
▲現 E-Game 스포츠 협회 이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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