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 신라면 50원 가량 낮출듯
삼양, 내달부터 12개 품목 인하
정부 압박 영향일까. 농심과 삼양식품이 제품 가격을 인하키로 했다. 편의점 수입 캔맥주 묶음 가격이 다음 달 1일부터 1만1천원에서 1만2천원으로 9.1% 인상되는 등 안 오르는 게 없는 가운데 이례적인 소식이다. 농심·삼양라면이 제품 가격을 내리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27일 농심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신라면 출고가가 4.5% 인하된다.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이 1천원인 점을 고려하면 1봉지당 50원가량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 스낵 제품인 새우깡도 출고가가 6.9% 하향조정된다. 소매점 기준으로는 100원 내려 1천400원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 인하를 택한 배경은 제분업계가 가격 인하 조짐을 보여서다. 앞서 정부는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값에 이어 밀가루 등 제분 업계에도 제품 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6일 7개 제분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하락한 밀 수입 가격을 밀가루 가격 책정에 고려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제분업계는 "선물가격과 수입가격의 시차, 부대비용과 환율 상승 등 어려운 점이 있으나 다음 달에 밀가루 출하 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제분업계가 인하 여부를 고심 중인 가운데, 농심의 경우 다음 달부터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밀가루 가격이 5% 인하된다. 밀가루 가격이 낮아진 만큼 제품 가격을 조정하는 셈이다.
농심은 이번 인하 결정을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인하로 얻게 될 농심의 비용절감분 그 이상을 소비자에게 환원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밀가루를 제외한 원가 부담이 계속되는 상황 속, 단순 이익 증가를 택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는 취지다.
같은 날 삼양식품도 다음 달 1일부터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 12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할인점 기준 삼양라면은 기존 3천840원(5입)에서 3천680원으로 4%, 짜짜로니(4입)는 3천600원에서 3천430원으로 5% 가격이 내린다. 오뚜기와 팔도도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