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고라

[경인아고라] 자랑스러운 한국인, 한중관계 출구는 어디에?

입력 2023-07-03 20:00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7-04 18면

002.jpg
김진호 단국대학교 교수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 야당 대표를 초청해 준비된 각본대로 한국에 대한 정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중국정부의 대사직이 참 어려운 일이구나 생각했다. 당정국가로 공산당이 다당제의 실제 일당인 중국에서 외교부도 공산당 선전부와 통일전선부의 전략에 기조를 맞춰야하는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연출이 독립국가 한국에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생각하지 못한 이분법적 전략은 우습다. 특히 한국어와 문화에 능통한 대사가 중국의 입지를 좁히는 행위를 한 것을 보면 중국 외교의 해프닝이라 보고 싶다. 우리는 인간적 입장에서 대사를 이해할 수 있으나 그의 행위가 정부에 대한 과잉충성에서 나온 것이라면 외교관으로서 소통 능력은 부족해 보인다. 여하튼, 한국인들의 이번 사건에 대한 기억은 오래갈 것이다. 사건의 핵심은 이번 행위가 싱 대사가 청춘을 담은 한국에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길 것이란 것에 베팅하지 말라는 것"은 바꿔 얘기하면 북한과 공조하는 진영이 이길 수 있다는 해석이 된다. 이는 한국 안보에 대한 도전이자 대한 국민을 건드리는 내정간섭이다. 한반도에는 아직도 북한의 6·25전쟁 도발로 생을 못다한 영혼이 도처에 묻혀있고 백발이 되어도 그 아픔의 멍에를 품고사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에 국민을 대변하는 야당 대표를 불러 읽어내린 행위는 한국을 무시한 행위다. 싱 대사나 중국 정부의 적절한 사과와 관련 조치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싱하이밍 대사, 한국야당 대표 초청
"미국이 이길 것에 베팅하지 말라"
주변국과의 국제관계 무시한 언사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대한민국은 민주선거로 선출된 지도자가 민의에 기초해 정책을 집행하는데, 이런 한국 국민을 무시한 행위는 한국 정부가 중국과 교류하는데 큰 장애로 남는다. 한국은 오랜 기간 중국에서 들어온 도교와 유교를 받아들였고 중국을 거쳐 온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도 받아들였다. 문화적으로 중국화 된 것들을 배우며 중국문화를 존경해왔고 덕망있는 중국인과 교류하는 것도 자랑으로 생각했다. 냉전시기에는 6·25전쟁으로 망가진 영토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탈냉전 흐름에 그토록 원하던 북방국가 중국과 수교하여 서로 도우며 잘 지내왔다. 한국인은 1992년 한중 수교를 한국이 남북한 문제의 '북방외교'를 달성하는 큰 관문을 통과한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6·25전쟁은 아직도 민족의 환난으로 그 아픔이 아물지 않은 비극이기에 우리는 당시 우리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준 미국과 UN 연합군의 귀중한 노력에 항상 감사해오고 있다.

목전의 국제환경과 동북아국제질서에는 변화가 많다. 단순한 남북관계, 한중관계가 아니라 국제정세에서 동북아국제관계, 남북관계 그리고 한중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인물들의 행위는 국민을 혼동시킨다. 합당치 못한 언사에 고개를 끄떡이거나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로 심각함이 부각된 지역을 찾아가 중국인에게 한국이 중국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모습으로 비치거나 한중관계의 문제가 양국의 노력으로만 풀릴 것이라는 제스처로 정부의 정책결정과 국가경쟁력을 약하게 만드는 행동 등이 이와 같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자신이 있다면 중국 중심부 북경에 가서 "중국이 한쪽에만 베팅하지 말고 한반도 핵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하라"고 언론과 유튜버를 대동해 중국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오면 좋겠다.

한중 교류의 걸림돌… 조치 필요해
숲을 보지 못한 행위 혼란가져올 뿐

중국을 문화·경제적으로 접근하는 한국인들과 여러 인연으로 중국과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이에게 "우리 목적은 핵무기로 동족과 주변을 위협하는 북한을 억제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에 주변국관계도 중요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하기에 지정·지경학적 한중관계의 중요성만큼 상호존중의 실용외교는 반드시 동행돼야 한다. 한국은 보수와 진보, 좌와 우가 모두 존재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국민의 애국심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국격 있는 외교가 중요시되는 이유다. 국내 정치 이슈는 국내서 해결해야 한다. 문제 있을 때마다 외국 기구를 찾아다니면 이용당해 역풍을 맞고 같은 편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국제경기서 자살골을 넣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냉정한 애국심으로 국가와 정치를 보자.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정부에는 강한 박수도 보내자. 보훈의 계절에는 항상 한국전쟁에 희생된 우리 애국자들로 마음이 멍하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교수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