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대신 먹어왔는데…."
해양경찰이 마약의 원료로 쓰이는 양귀비 재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인천 옹진군 섬마을 주민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의료 취약지인 섬에선 약용으로 양귀비를 키우는 일이 많다. 해경 단속에 걸려 '전과자'가 된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4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해양경찰서는 올해부터 단 1주라도 양귀비를 고의로 기른 사실이 입증되면 처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동안에는 50주 미만의 양귀비를 키울 경우에는 양귀비를 압수하고, 계도 조치만 해왔다. 하지만 섬마을에서 양귀비 재배가 끊이질 않자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해경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간 50주 미만은 압수 후 '훈방'
민간요법 '배탈 상비약' 사례 많아
전문가 "중독성·유해성 홍보해야"
해경이 단속을 강화하면서 적발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 202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명과 5명이 적발됐지만,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42명이나 단속에 걸렸다.
단 1주만 양귀비를 키워도 처벌을 받게 되자 섬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섬에서는 갑작스러운 복통이나 신경통 완화 목적으로 양귀비를 키워 약으로 먹는 일이 많아서다. 양귀비 줄기나 잎에 들어있는 모르핀 성분 등은 중추신경 계통에 작용해 진통·진정 등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옹진군 한 주민은 "병원이나 약국이 부족한 섬에서는 배앓이를 하면 민간요법으로 양귀비를 먹는 일이 많지만, 중독될 정도로 많은 양을 먹지는 않는다"며 "지금도 섬 지역은 의료기관이 없어 열악한 환경인데, 1~2주 기르는 것도 범죄자 취급을 하니 섬 주민 입장에선 해경이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약사 출신인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 최병원 본부장은 "요즘 유행하는 정제된 마약보다 양귀비의 중독성은 크지 않지만, 장기간 술이나 차로 만들어 복용하면 구토와 호흡 곤란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단속과 함께 양귀비의 중독성에 대해 홍보해야 하고, 섬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건지소를 확장하는 등의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