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 광교신청사(남부청사) 11층에서 일하는 A씨는 '언제, 어디서나, 유연하게' 일할 수 있게 마련된 '스마트워크' 시스템에 대해 "조직에 유연한 새바람을 몰고 왔다"고 평가했다. 날마다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는 변화를 넘어 위계로 짜인 과거 조원동 청사 시절 수직적인 자리 배치를 일거에 탈피한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A씨는 "직급에 따른 고정된 자리 배치가 어찌나 '무거운 공기'를 만들었는지 신청사에 한 달 정도 출근해보니 조금 알겠다"면서 "물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조직문화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수평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A씨와 같은 도교육청 광교신청사 15층에서 일하는 직원 B씨는 아직 스마트워크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정책과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15층에 주를 이루다 보니 이들과 협업·업무 조율이 필요한 남부·북부 청사 직원들이 이곳으로 출근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다.
B씨는 "6월 초 구청사에서 넘어왔을 때는 이렇게 자리가 직원들로 꽉 들어차지 않았는데, 지금은 확실히 몰리는 게 느껴진다"며 "7월 초 인사이동 때 신·구 직원들의 소통을 위해 자리를 붙여주느라 (맡은) 자리를 양보하고 남는 자리를 찾아 떠난 적도 있다"고 했다.

■'자율좌석제', 시간이 약일까?
키오스크·앱 이용 자율좌석제… 경직된 교육조직 분위기에 새변화
도교육청이 통신망인 '5G 국가망' 기반 근무 환경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든 근무 가능한 스마트워크 체제를 전국 교육행정기관 중 처음으로 광교신청사에 도입했다.
이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단연 정해진 좌석 대신에 키오스크(무인단말기)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매일 자신이 일할 자리를 고를 수 있는 '자율좌석제'를 꼽을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앞선 사례처럼 직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 과정을 경직된 교육 조직 특유의 분위기에서 빠져나와 새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긍정적인 징후로 보고 있다. '좌석 쏠림현상'도 청사 내 다양한 공간 활용이 이뤄지면 차차 풀릴 것이란 관측이다.
도교육청 스마트워크 담당 관계자는 "문화가 바뀌는 과정에 시행착오가 있는 것"이라며 "개선할 부분을 찾고, 직원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는 한편 공간 활용 등 홍보를 펼친다면 긍정적인 변화는 시간문제"라고 짚었다.
이는 임태희 교육감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변화가 저절로 되기는 어렵지만, 실질적이고 진전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것과 맞닿는 지점이다.
■스마트워크 정착의 키 '5G'
9월 본청 내 모든 부서 5G국가망 전면 개통… 내·외부망 분리 보안문제 해결
결국 '자율좌석제' 등 도교육청이 추구하는 스마트워크 시스템 정착의 핵심 요소는 5G 국가망이다. 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며 가상현실·자율주행 등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기술인 5G를 도교육청 곳곳에 적용해 기존의 유선망 기반 PC 접속환경을 무선망 기반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6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5G는 아직 본청 내 개통 전 단계다. 하지만 이달 내지는 8월 중으로 시범 운영기간을 거쳐 9월 이후에 본청 전 부서에서 5G 모뎀이 장착된 노트북을 활용한 스마트워크 체제가 전면 개통될 전망이다. 나아가 올해 말까지 사용자 지원과 교육 홍보 등을 통해 안정화를 이룩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5G 도입에 있어 딱지처럼 달라붙는 것이 '보안문제'다. 연결이 강화되면 아무래도 보안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성적 자료 유출, '나이스 먹통 사태'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만큼, 이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안을 5G 내·외부망 분리 계획 등에 담아 검토하고 있다.
이를테면 나이스, 'K-에듀파인' 등 내부 시스템과 연계된 업무 등은 인터넷과 분리해 운영하고, 공직자통합메일, 화상회의 프로그램 등은 외부망(인터넷망)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5G' 다음에는? 스마트워크센터 구축 등 과제 꼽혀
지역교육지원청·산하기관 유휴공간 활용… 주거지 인근·출장지 근처 원격업무
스마트워크센터 구축과 재택근무 활성화도 스마트워크 완성 단계로 나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스마트워크센터는 주거지 인근 및 출장지 근처에 원격업무시스템을 갖춘 사무공간이다. 지역 교육지원청뿐 아니라 도교육청 산하 기관의 유휴공간을 스마트워크센터로 활용해 비용절감과 업무 효율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5G가 안정화되면 재택과 모바일 근무 등 공간의 제약이 없는 업무 형태 또한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 협업 시스템인 'G클라우드' 도입도 눈길을 끈다.
영상회의, 커뮤니티, 일정 등의 기능이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팀과 부서 사이의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는 등의 변화로 업무 처리가 더욱 유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변화따라 조직도 유연하게 움직일까
경기도청·도의회 등 유관기관 입주… 정책제안·예산 논의 소통 기대 커져
도교육청은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서로 다른 색깔의 부서가 자율좌석제로 섞여 효율적인 협업 결과를 낳았다는 사례를 여럿 들었다. 과장, 팀장뿐 아니라 두 부서 실무자들이 주위에 모여 난망한 문제를 두고 발 빠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이런 변화가 동전의 양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 규모의 정책 사업을 할 때면 긴 시간을 두고 팀 단위로 뭉쳐 움직여야 하는데 그럴 때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도교육청은 스타트업처럼 개인 프로젝트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 '팀워크'로 진행하는 일이 많은 조직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결국 시스템 변화에 발맞춰 조직 구성원도 유연하게 움직여야 협업의 장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도교육청이 경기도청, 경기도의회 등 유관기관들과 '경기융합타운'에 모인 지리적인 변화를 장점으로 살릴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임태희 교육감이 김동연 도지사와 과밀학급에 대한 소통을 진행하며 좋은 결과를 이끈 바 있는데, 이런 '위로부터의 협치'가 아래 직원들의 소통으로 이어질지 기대감이 모인다.
정책 제안, 예산 논의 등 그동안 유관기관들과 대면 협의를 하려면 먼 길을 오갔는데 이제 융합타운 안에 모여 있어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신청사에서 정책 관련 업무를 하는 한 직원은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여·야·정 협의체 등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