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통권 120호 기념 학술심포지엄
지난 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6층 국제회의장에서 황해문화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양한 층위의 의견이 제시돼 담론을 담는 '그릇'으로서 황해문화의 역할을 보여줬다. 2023.7.8 /황해문화 제공

세계 평균 기온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다. 기후위기는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질서를 뒤흔들었다. 대만 위기가 한반도로 이어지는 연쇄 고리가 형성됐다.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확산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중대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암울한 미래상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누구도 그 발전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다. 사회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된다.

개선의 기미조차 없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 위기는 동시다발로, 복합적으로 찾아오는데 그 해법을 찾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로 지난 8일 인하대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다중재난 시대의 새로운 길 찾기' 학술 심포지엄은 이런 '다중재난'의 현실을 다양한 층위에서 드러내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새얼문화재단이 발간하는 계간지 '황해문화' 통권 120호 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기후위기와 기후정의운동, 위기의 세계, 디지털 자본주의와 노동 등을 키워드로 첨예한 토론과 날카로운 논박이 이어졌다.

탄소 환원주의 맞서 '체제 전환'
기층민중 관점서 다중재난 인식
전문가·단체 중심 계몽운동 한계
폭력·차별 노출 사람 중심 '변화'


■ 정의로운 전환, 가능한가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는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구성해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세운다. IPCC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2019년 기준)은 1990년보다 54% 증가했다.

그 사이 기후변화 협약이 채택되고 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규정한 교토의정서, 파리협정으로 이어졌지만 기후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세계의 기후 대응은 실패한 것이다.

홍덕화 충북대 교수(사회학)는 "기후위기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이들에게 훨씬 더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다"며 "문제를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한정하는 탄소 환원주의에 맞서 기후정의 운동이 내건 '체제 전환'이 눈길을 끄는 이유"라고 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다중재난을 몸으로 겪으면서 그것에 맞서는 사회 기층민중의 관점에서 재난을 인식하고 그 축적 체제의 발본적 전환을 기조로 이뤄가는 다중적, 다면적 실천 방향"(백원담 성공회대 교수)을 뜻한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다중재난은 기존의 대응 방식이 아닌 '발상의 전환'으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 선례가 없고, 대안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홍덕화 교수는 "정의로운 전환을 향한 이정표는 세워졌으나 갈림길까지 가는 길을 아직 흐릿하다"고 진단했다.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는 한국 사회에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의제는 '지식 소비'일 뿐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후위기는 지식적 소비의 영역이 강하지 실천과 운동의 영역으로는 약하다"며 "단체와 활동가(전문가)가 중심이 되고, 이들이 시민을 계몽하는 듯한 그동안의 운동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외국 사람(학자) 이야기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발제·토론자들의 해외 이론 의존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 대안으로 제시된 풀뿌리 운동


정의로운 전환의 한 방식(대안)으로 '풀뿌리 운동'이 제시됐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풀뿌리 사회운동은 한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 가장 빈곤한 이들, 폭력과 차별에 가장 빈번하게 노출되는 사람들을 그 중심에 두고 있는 운동"이라며 "위로부터의 제도 정비만으로 이룩할 수 없으며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사회운동이 확장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석준 출판&연구공동체 산현재 기획위원도 "21세기에 '혁명'이란 국민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시도되는 급진적 개혁주의와 생활 세계 차원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풀뿌리 대중운동이 활발한 상호 상승 작용을 일으킬 때에 시작되는, 전에 없던 변화의 과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