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재정문제와 학생들의 학비 부담으로 지난 15년간 공전돼 온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규제 방침으로 대학들이 인상에 애를 먹었는데, 대학 측이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 위기를 이유로 이번만은 인상해야 한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다.

반면 학생들은 지속된 경제난 등으로 여전히 등록금 부담을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어, 인상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지난달 29일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세미나'를 열었는데, 당시 교육부 출입기자단은 세미나에 참석한 총장 84명을 대상으로 등록금 인상 검토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84명 중 59명(70.2%)이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특히 35명(41.7%)은 당장 내년 인상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등록금 인상 계획이 없다고 답한 대학 총장은 6명(7.1%)에 불과했다.

이처럼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교육부 규제로 15년 동안 올리지 못한 데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재정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대교협 세미나… 총장 '70%' 계획
학령인구 감소·재정위기 등 호소
여론은 부정적… 정부도 눈치만


정부는 지난 2009년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등록금을 직전 3년 치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대학은 정부 재정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규제도 첨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신입생이 충원되지 않는 상황까지 맞이했다.

경기지역 A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은 대학의 주 수입원으로 볼 수 있는데 10년 넘도록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교직원과 교원 채용부터 학교시설 문제까지 영향을 미쳐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규모 대학부터 위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매해 운영 여건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선정해 발표하는데, 경기지역 대학은 지난해(6개교)에 이어 올해 역시 3개교가 부실 판정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등록금에 부담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 등록금 인상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앞서 전국 대학생 3천여명이 코로나 19 확산 시기에 수업을 제대로 못 받았다며 대학과 정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심에 이어 지난 9일 2심에서도 패소했다.

대학생 최모(22)씨는 "불경기에 생활비도 빠듯해지면서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을 버는 학생들도 아직 많은데, 별다른 대안 없이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정부도 눈치를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