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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의정부시 흥선동 행정복지센터 흥선홀에서 열린 '의정부 생활폐기물과 소각 및 처리시설 문제해결 시민공론장' 제3차 시민토론회에서 시민참여단 대표들이 김동근 의정부시장(오른쪽)에게 공론 결과 합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의정부시의 첨예한 현안이었던 자원회수시설(소각장) 문제를 다룬 '시민 공론장'이 3주간의 숙의를 마치고 15일 마무리됐다.

민감한 문제지만,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 토론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주민자치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날 흥선동 행정복지센터로 모인 60명의 시민 참여단은 '필요 재원 마련 방안', '건강 및 환경 피해 최소화 방안', '자원순환 촉진제도 및 시민참여' 등 세 가지 주제에 걸쳐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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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의정부시 흥선동 행정복지센터 흥선홀에서 의정부 생활폐기물과 소각 및 처리시설 문제해결 시민공론장 제3차 시민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공론장에 참여한 한 시민이 조별 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시민참여단은 소각장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국비와 도비, 시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투표에 부친 결과 96.1%(49명)가 재정사업에 찬성했고, 민간투자사업을 지지한 사람은 3.9%(2명)에 불과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선 소각장 건설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주민지원협의체 및 지역주민들이 시설 운영 참여, 환경오염물질 배출 최소화, 소각장 굴뚝 높이를 최대화, 지하화 등 경관 환경을 고려한 건설, 환경과 보건에 대한 조례 제정,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 제공 및 의견 반영, 소각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 및 홍보 철저, 정기적인 건강검진 서비스 전액지원, 시설 주변 주민피해 반경 조정 등이 거론됐다.

시민 참여단은 끝으로 쓰레기 줄이기와 자원순환 촉진을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재활용품 분리배출 촉진을 위한 시민 인센티브제 도입, 시민 교육 및 홍보 강화, 폐기물 선별장 설치, 분리수거 관리 감독 철저, 공공기관 기념품을 상품권으로 대체, 민간 자원순환시스템 구축, 재활용 불가 포장재 사용하지 않기 등이 아이디어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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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의정부시 흥선동 행정복지센터 흥선홀에서 의정부 생활폐기물과 소각 및 처리시설 문제해결 시민공론장 제3차 시민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공론장에 참여한 시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조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시민참여단은 이날 토론을 마치고 1·2차 공론장까지 그간 도출한 결과를 모아 김동근 시장에게 합의문을 전달했다. 김 시장은 공론 결과를 시정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김 시장은 "공론장을 제안하면서 어떤 결론이든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민들이 준 의견을 그대로 실천하겠다"며 "3주간의 시민 공론장 활동을 지켜보면서 위대한 의정부시민의 힘을 체감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취임 후 수개월 동안 고민했던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의견을 모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소각장 예정지로 의견이 모인 자일동 일대가 시의 랜드마크이자 생태 마을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시민 공론장은 지난 2019년부터 논란과 갈등을 거듭해 온 소각장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관심을 끌었다. 시는 시민들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구하기 위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공론포럼에 공론장 진행을 맡겼고,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제공했다.

공론장을 진행한 한국공론포럼은 전문가와 주민대표 등으로 운영위원회를 꾸려 3개월 동안 준비과정을 거쳤다. 시민참여단은 참여 의사를 밝힌 시민 중 지역, 성별, 나이,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권역별로 15명씩 총 60명이 무작위로 선정됐다. 그 외 별도의 자문단과 검증단, 실무지원단, 진행단이 역할을 나눠 과정을 도왔다.

3차례 공론장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참여단은 소각시설의 실태부터 규모와 대안, 후보 부지, 건설 방식, 쓰레기 감량 방법 등 8개 의제를 다뤘다. 사실상 생활폐기물과 소각장과 관련한 사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본 셈이다.

각각의 공론장은 주제별로 전문가의 발제와 토론을 들은 뒤 시민 참여단이 조별 토론을 거쳐 의견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지막엔 무기명 투표를 통해 결과를 냈다. 소각장 입지 선정을 다룰 땐 의견이 분분해 한때 날 선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결국은 시민들 모두 결과를 존중하는 품격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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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의정부시 흥선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의정부 생활폐기물과 소각 및 처리시설 문제해결 시민공론장' 제3차 시민토론회를 마친 시민참여단과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토요일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시민참여단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끈기있게 참여했다. 이날 모든 일정을 마친 시민 참가자들은 보람과 함께 큰 감동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민참여자 황말무(79·흥선권역)씨는 "시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책임감으로 모든 토론에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참여했다"며 "기억에 남을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대표는 "이번 공론장을 통해 의정부시민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한 뛰어난 시민 역량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공론장을 마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