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때부터 그물쳤는데…" 생계위해 '선 넘는' 강화 어민들

입력 2023-07-20 20:41 수정 2023-07-20 20:42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7-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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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선착장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이곳 창후항을 비롯해 주변 월선포항, 남산포항, 죽산포항, 서검항 등은 조업한계선에 접해 있거나 너머에 있다. 이곳 어민들은 불법을 무릅쓰고 조업활동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2023.7.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부모님 때부터 조업하던 곳인데, 이제는 배만 타도 범법자가 됩니다."

인천 강화군 창후항 일대에서 새우·꽃게·농어 등을 잡으며 조업하는 A씨는 조업한계선(어로한계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업한계선은 어민이 조업할 수 있는 북쪽한계선을 의미한다.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이라는 특성상 강화지역 어민들은 조업한계선 안에서만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다.

A씨 등 어민들은 한목소리로 "조업한계선을 안 넘고 싶어도, 넘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썰물 때는 바다 수심이 낮아져 조업한계선을 넘지 않고는 배를 띄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조업한계선 내에서만 그물을 치기엔 범위가 너무 좁다는 이유에서다. 교동도 월선포항과 죽산포항, 서검도 서검항 등 3곳은 현행 조업한계선 북쪽에 있는 상황. 배를 띄우기만 해도 조업한계선을 넘게 된다.

1964년 지정후 관행적 묵인해오다
2020년부터 사법처분 조항에 급변


조업한계선이 처음 지정된 건 1964년이다. 그간 관행적으로 강화지역 어민들이 조업한계선을 넘어도 행정 처분이나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8월 어선안전조업법에 조업한계선을 넘을 경우 조업하지 않고 단순히 배를 몰아도 사법 처분을 받도록 하는 조항이 생기며 상황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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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선착장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이곳 창후항을 비롯해 주변 월선포항, 남산포항, 죽산포항, 서검항 등은 조업한계선에 접해 있거나 너머에 있다. 이곳 어민들은 불법을 무릅쓰고 조업활동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2023.7.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조업하러 배를 타고 이동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는 실정이다. 적발될 때마다 조업 정지 기간이 늘어나는데, 그 기간이 누적 150일을 넘으면 조업 면허까지 잃게 된다. 창후항을 비롯해 월선포항, 남산포항, 죽산포항, 서검항, 볼음항 등 항포구를 모항으로 하는 10여 척의 어선이 A씨와 같은 처지다.

A씨는 "배를 타고 나갈 때마다 군부대에 신고 차원으로 일일이 전화를 해야 한다"며 "조업한계선을 조금만 넘어도 군부대나 해경으로부터 빨리 (조업한계선 밑으로) 내려가라고 재촉하는 연락이 온다"고 했다. 이어 "수십 년 전 부모님이 하실 때부터 조업하던 자리인데, 갈수록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며 "조업하기 너무 불편하고 힘들다"고 덧붙였다.

월선포·죽산포 등 배만 띄워도 범법
인천시, 해수부·軍당국 등과 협의중


죽산포항을 모항으로 조업 활동을 하는 임기주 교동어민위원회 위원장은 "30~40년 조업을 하던 자리인데 최근 몇 년 새 감시가 강화돼 조업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주변에 조업을 못 해먹겠다며 그만두겠다는 어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강화지역 조업한계선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해양수산부, 군 당국 등과 협의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조업한계선 문제에 따른 창후항, 월선포항 등 어민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다"며 "조업한계선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 위치도 참조·관련 인터뷰 3면([인터뷰] 강화 죽산포항 조업… 임기주 교동어민위원장)

/이현준·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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