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 '트라이보울'은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건축물의 모습과 외관이 크게 다르다. 피라미드 3개가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비슷한데, 물 위에 떠 있는 거꾸로 선 조개 모양의 건물과 땅을 연결하는 것은 3개의 점뿐이다. 이 모양이 갖는 근본적인 결함 때문인지, 트라이보울을 전문 공연장이나 전문 전시장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하지만 전문적이지 않은 이 공간에서 훌륭한 전시나 공연이 자주 열린다. 최근 개막한 트라이보울 기획전시 '판타지 아일랜드-미지와 상상의 조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일본·튀르키예·네팔 등 18인 설치미술·미디어아트 선봬
전시장을 섬으로 상정… 자유로운 상상속 보편적인 주제 담아
금속 고려청자·사슴 등 LED 활용 작품 눈길… 내달 27일까지
8월 27일까지 이어질 이번 전시는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재미를 주는 것을 뛰어넘어 이상적인 세상을 상상하고 꿈꿔보는 소중한 경험을 선물한다. 전시에는 한국과 튀르키예, 일본, 태국, 네팔 출신 설치미술가와 미디어 아티스트 등 18명이 참여했다.
'국제미술공동체 네트워크'라는 테두리로 묶을 수 있는 작가들이다. 국제미술공동체 네트워크 이탈 예술감독과 함께 '판타지 아일랜드-미지와 상상의 조우'라는 주제로 이번 전시를 꾸몄다.
이들 네트워크는 트라이보울을 하나의 섬으로 상정하고 전시를 풀어간다. 이곳을 중심으로 미지와 상상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선과 감각을 제시하려 했다고 한다.
전시 속 '환상의 섬(판타지 아일랜드)'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면서 어느 누구나 자유롭게 상상 속에서 꿈꿔본 이상적인 모습의 세계이기도 하다. 눈에는 익숙하지 않을지 몰라도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여서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에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펴고 있는 앤드류 램, 배수영, 최은동, 에셈 딜란 퀘제, 겐코 굴란, 이재형, 인세인박, 이시이 주니치로, 지안딘, 카르키 암릿 바하더, 김유석, 김연, 오태원, 성능경, 심영철, 육근병, 윤영화, 윤진섭 등이 전시에 참여했다.
성능경은 신문이 정부 검열을 받던 시기 오려진 신문을 감상하는 모습의 사진작품 '신문읽기'(1976)를, 육근병은 1945년부터 1995년 약 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큰 사건을 시각으로 만든 영상 작품인 '생존은 역사다'(1995)를, 윤진섭은 그가 1977년 전위적인 실험작업에 심취해있던 시기 만든 작품으로 성능경의 초상을 활용한 작업 '어법'을 선보였다.
비교적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흥미로웠는데, 배수영은 산업폐기물들 중 하나인 전자회로기판을 작품에 활용한 설치 작업을, 심영철은 단조 방식으로 만든 금속 고려청자와 LED조명을 결합한 작품을, 이재형은 LED로 근육질의 사슴을 표현했다. 미디어의 단면을 살핀 인세인박의 'PPP', 김유석의 로봇 식물, 오태원의 '캔디 드랍', 김연의 보트 조각도 인상적이었다.
트라이보울 외부 공간에 전시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최은동의 고목 작품 '사슴-나무-사슴'을 비롯해 이시이 주니치로는 바람에 의해 모양이 변하는 설치 작품인 '부유하는 깃발'을 냈으며, 앤드류 램은 하늘의 질서와 인류애, 조화로운 도시, 남과 북 세계사이에 '평화를 조율'한다는 3가지 의미를 레터링으로 만든 작품을 출품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