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분단의 기억·(13)] 잊히는 용사들의 쉼터, 이천시 창전동 '보훈회관'

4개 보훈단체 한지붕… '태극기 부대'에 가려진 그들만의 공간
입력 2023-07-24 20:21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7-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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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195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천시 창전동 보훈회관에는 4개 보훈단체가 사무실을 두고 있다. 광복회 이천시지회와 6·25참전 국가유공자회는 1층, 고엽제전우회 경기지부 이천시지회와 월남전 참전자회 이천시지회는 2층을 사용한다.

1945년 광복(광복회), 1950년 한국전쟁(6·25 참전 국가유공자회), 1964~1973년 베트남전(고엽제전우회 경기지부 이천시지회·월남전참전자회 이천시지회)까지 1940~1960년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과 얽힌 사람들이 이천시 창전동 보훈회관에 모여든다.

1950년대 건축·1970년대 2층 증축 추정
여러차례 수선 거쳐 사용… 역사적 가치
중앙로 시내 위치… 전역자들 찾기 쉬워

참전유공자, 고령화로 빠르게 감소 추세
3명중 1명 장애… 공적연금 미가입 39.9%
유튜브 빠진 '극우 이미지' 사회와 유리
삶 만족도 평가 '5.5'… 삶의 가치는 '5.8'
사회 참여 감소… 그들 이야기 들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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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천시 창전동 '보훈회관' 전경.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창전동 보훈회관은 과거 문화원·여성회관으로 쓰인 이력이 있다. 대지면적 347㎡에 건물면적 392㎡의 지상 2층 건물이다. 사무실과 회의실로 쓰이는 방이 있고 단체별 사무실 면적은 20㎡로 협소한 편이다.



1950년대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이지만 1973년 건축됐다는 기록도 있다. 건물 현관 입구에 경비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1950년~60년대 사이 지어진 건축물에서 관찰되는 특징이다. 1층 본건물 서측에 계단실을 만들어 2층을 증축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일부 기록에 1973년 건축이라고 표기됐을 가능성이 있다.

2층을 올리며 계단면 입사면 파사드와 본건물 파사드 사이에 단차가 발생했다. 이 밖에도 활용을 위해 여러 차례 수선한 건물이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건물에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보훈회관 기준으로 남측 200m 거리에 이천 중앙로 문화의 거리가 위치한다. 창전동 행정복지센터와 근접지며 시내와 가까워 전역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20일 오전 찾은 창전동 보훈회관에선 건물에서 활동하는 전역자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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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60년 건물 특징을 보여주는 현관 입구 경비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창전동 보훈회관에 속한 4개 보훈단체는 모두 설립연도가 다르다. 광복회는 가장 최근인 2019년, 고엽제 전우회 2007년·월남전참전자회 2004년·6·25참전 유공자회 2001년 각각 설립됐다. 회원은 월남전참전자회가 430명으로 가장 많고 광복회가 55명으로 가장 적다.

각 단체 설립연도가 다른 건 보훈대상자로 인정받게 된 연혁과 관계가 있다. 국가보훈부로 승격한 구 국가보훈청은 지난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했다. 군사원호청은 전쟁 희생자를 돌보는데 설립 목적이 있었다. 전상군경, 공상군경, 전몰군경유족, 6·25전쟁희생자, 애국지사, 4·19혁명, 재일학도의용군인 등이 보훈대상이 됐고 1970년대에서 1980년대를 거치며 순직·공상공무원, 장기복무제대군인, 무공·보국수훈자까지 대상을 넓힌다.

현재 창전동 보훈회관의 소속 단체인 고엽제후유의증환자·참전군인 및 제대군인이 편입된 건 1990년대에 이르러서다. 2008년 6·25참전유공자가 국가유공자로 편입됐고, 2011년 월남전참전유공자가 국가유공자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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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축 흔적이 남아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참전유공자는 고령화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2013년 전국 참전유공자는 37만9천634명이었지만 지난해엔 23만3천756명으로 10만명 이상이 줄었다.

지난 2021년 자료인 통계청의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보훈대상자 84만명(2021년 10월) 중 44.8%가 경기·인천·서울에 거주했고, 60대 이상 고령자가 전체 대상자의 84.4%로 고령화가 뚜렷했다.

경기도는 전체 보훈대상자의 23.1%가 거주하는 최대 지자체다. 해당 조사에서 장애를 가진 보훈대상자는 29%였다. 6개월 이상 투병·투약한 만성질환자는 66.9%,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대상자는 39.9%였다.

이들이 3명 중 1명이 장애를 지녔고 투병 중인 사람은 열에 일곱 꼴, 연금이 없는 대상도 절반 가량이다. 어찌보면 한국 평균 노인의 삶, 그것이 보훈대상자였던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삶의 만족과 삶의 가치 평가를 한 부분이 흥미롭다. 보훈대상자의 삶의 만족은 평균 5.5점으로 나타났지만 삶의 가치 평가는 5.8점으로 삶의 만족 대비 소폭 높았다.

친목 및 사교, 종교, 취미 및 레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유형의 단체 참여 경험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2018년 46.2%에서 2021년에 24.6%로 19.8%p 감소했는데 조사 시기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사회 활동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보훈대상자는 대체로 일반 한국 노인과 크게 다를 게 없이 살며 자신의 삶이 가치 있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조금 더 많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 참여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낡은 반소매 셔츠 위에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국방색 혹은 검정색 조끼를 입고 월남용사란 글씨·군 부대 마크가 달린 모자를 쓴 노인.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있기 십상이고 등산화로 보폭은 좁게 천천히 걸으며 낮부터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 흔히 떠올리는 보훈대상자의 모습이 이렇다.

정치적으론 콘크리트 보수로 극우 유튜버에 빠진 노인. 사회적으론 애국가를 열창하며 국기에 대한 맹세로 여전히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고 믿는 꼰대. 개인으론 공적 이전 소득으로 빈곤층을 면한 노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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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 유공자회 이천시지회 간판.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보훈회관 앞에는 보훈단체의 승합차가 여럿이었다. 아이들, 청년, 회사원과 어울리지 않고 보훈 대상자끼리 뭉치며 보훈단체 활동으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은 시나브로 사회와 유리된다. 7평 짜리 비좁은 사무실에 출근해 신문을 읽고 종편을 보고 유튜브를 탐독하는 모습이 유리된 보훈자의 예시다.

생의 어떤 한 시절 국가를 위해 자신의 무언가를 바친 사람이 멀찍이 떨어진 대상이 되어 가는 건, 어떤 면에서 비극이다. 지자체들은 수년 동안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수립·투입해 보훈회관을 신축한다. 더 좋은 사무실,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서 보훈대상자가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치 있는 삶을 살아온 보훈 대상자가 사회와 섞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 우리에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들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 의무도 있다. 삶의 만족과 삶의 가치 사이 차이 0.3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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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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