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정치부 기자 |
'세이노(Say No)'라는 필명으로 순 자산 1천억원대 자산가가 쓴 에세이 '세이노의 가르침'이 인기다. 온갖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를 휩쓸었고, 책에서 나온 글귀들은 SNS를 타고 명언처럼 회자되는 중이다.
그의 가르침은 하나같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앞선 문장들처럼 그는 본인의 생각과 경험담들을 통해 읽는 사람에게 나태한 삶을 살지 말라고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사람들은 '꼰대'가 되는 시대가 됐다. 꼰대는 가르치려 하지 않아야 하고, 20·30세대는 이러한 조언을 듣는 척이라도 하지 않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 된 셈이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 책을 찾는 다수가 MZ세대란 점이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올해 상반기 20·30대 독서량과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욜로, 워라밸 등이 유행하는 시대에 세이노의 가르침이 1위 기록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역설'이다.
사무실에서 에어팟을 꽂고 일하는 20대 직장인의 모습, 눈치 보지 않고 휴가 쓰는 신입사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이직하는 사회초년생 등 최근 젊은 세대들은 미디어를 타고 희화의 중심 대상이 됐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무한경쟁과 양극화, N포 세대 등 현재 MZ라 불리는 20·30대는 치열함 속에 불안과 희생에 얼룩진 단어로 표현된 것과 상반된다.
작가의 필명인 세이노 역시 현재까지 믿는 것들에 "No"라고 말하고,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세이노 열풍은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자기주장과 권리를 똑바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나태한 것처럼 포장된 청년 세대의 역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까.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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