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

[자치단상] 죽어가는 동두천, 특별법만이 살 길

입력 2023-08-13 18:59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8-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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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덕 동두천시장
동두천시는 최근 9만 인구 벽이 무너졌다. 그야말로 도시 존립의 위기에 맞닥뜨렸다. 대표적인 주한미군 주둔 지자체이지만, 인구 60만 달성을 눈앞에 둔 평택시와 대조된다.

정부는 미군 재배치에 따른 평택시의 반발을 서둘러 무마하기 위해 2004년 특별법까지 제정해 18조8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사업비를 투입했다. 또한 그동안 주한미군의 사령부가 있던 용산에도 특별법을 만들어 공원조성 비용으로 1조5천억원 부담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전국 최대 규모의 미군 공여지가 있는 동두천은 어떤가?

동두천은 1951년 한국전쟁의 전선이 고착 상태에 빠져 미군 보병 제24사단이 주둔하면서 시의 42%에 달하는 논, 밭, 임야 심지어 집까지 징발돼 공여지로 제공됐다.



당시까지 동두천리와 광암리라 불리던 곳은 하루아침에 캠프 케이시, 캠프 호비가 됐고 옛 동두천초등학교가 있었던 창말지역에는 캠프 캐슬이 들어섰다. 조상 대대로 지켜온 삶의 터전을 잃은 토박이들은 남쪽으로 밀려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고 그곳이 바로 지금의 동두천 시가지이다.  


반환된 땅 민간투자 외면·국비지원도 연기
캠프 케이시 등 미군기지 조속한 반환 요구


미군 주둔이 동두천에게는 한국전쟁이 낳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지만, 국가로서는 안보를 얻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좋은 기회이자 수단이었다. 정부는 동두천이 오롯이 감당해온 '희생'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지금껏 '안보'라는 공공재(公共財)를 무임승차해 왔던 것이다.

동두천의 미군 공여지는 무려 40.63㎢로 시 전체면적의 42%, 가용면적의 70%를 미군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70년간 동두천의 노른자위 땅을 기지로 쓰면서 사용료는커녕 세금 한 푼 낸 적이 없다.

한때 2만명에 가까웠던 미군이 지금은 수천 명 정도로 급감했지만 미군 공여지 중 반환된 땅은 전체면적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그것도 대부분 산악지대이거나 변두리여서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는 지역이다.

구도심과 맞닿은 데다 신도시급 규모로 넓은 캠프 케이시와 캠프 호비는 아직 기지 이전이나 반환이 불투명한 상태이고, 이미 반환받은 땅도 산업 연관 효과가 떨어지는 탓에 민간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기지반환 지연으로 이미 받았어야 하는 반환공여지 토지매입 지원 국비 2천924억원 교부도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미군기지이전 지연으로 인한 개발 기회비용을 추정, 산출해보니 동두천시에 연평균 3천243억원 경제적 피해가 있다는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군기지 반환 지연에 따른 지방세 손실액만 따져도 연간 290억원에 달한다.

미군 주둔과 군사 훈련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입는 직간접 피해도 이루 추정할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70년간 동두천을 옭아매온 '기지촌'의 꼬리표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낙인이자 상처다.

지원특별법 제정·평택 이상의 보상 마련해야
70년 감내한 '희생' 이젠 시민위한 준비 필요


지난 70년이 시대적 소명에 따라 나라를 위해 묵묵히 희생을 감내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온전히 동두천 시민을 위한 시간이어야 하며, 그동안 대가 없이 미군에 내주었던 우리의 소중한 땅도 하루빨리 동두천 시민의 품으로 돌려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동두천시는 캠프 케이시와 호비의 반환 시기를 명확히 해줄 것과 일부 미반환된 캠프 모빌과 북캐슬의 조속한 반환을 요구한다. 동두천시가 안보상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동두천 시민들은 지난 70년의 강요된 희생에 더불어 앞으로도 국가를 위해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국가안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감당하는 동두천시를 위해 평택과 마찬가지로 '동두천지원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고 평택 이상의 지원과 보상대책을 국가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부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동두천의 참담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9만여 동두천 시민의 간절한 목소리에 진정성 있게 답해야 할 때이다.

/박형덕 동두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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