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닦아주지 않은 눈물, 지역이 닦는다'.
선감학원 인권침해사건은 국가폭력이라는 진실 규명에도 정부가 움직이지 않자, 경기도를 비롯해 지자체 차원에서 국가폭력 피해자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피해 지원 대책을 마련,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그간 피해 사실조차 말하지 못한 채 숨었던 피해자들도 속속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경인일보DB |
지난해 10월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인권침해사건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보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김동연 도지사는 이 자리에 함께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 지원을 약속했다.
진실화해위의 진실 규명에 앞서 경인일보는 선감학원 운영 당시 공문서 등을 입수해 명확한 기준 없이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선감학원을 빠져나온 이후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었던 생존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전하며 이들에게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경기도는 지체 없이 선감학원 피해 지원을 준비했고 올해 3월 23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도 도내 거주하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생활 안정지원금과 위로금 등의 피해 지원을 시작했다. 정부와 지방정부 가운데 최초 지원이었다.
道, 국비 없이 '선감학원' 지원
전국 첫 시도… 다른 지역 영향
작년 9월 안산시 선감동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의 유해 매장지 선감묘역에서 관계자들이 희생자의 유해 시굴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
당시 경기도는 도내 피해 지원 규모를 70명 정도로 추산했는데, 지난달까지 지급된 지원 규모는 모두 159명으로 당초 예상보다 2배를 훌쩍 넘겼다. 첫 지급이었던 1분기에는 123명에게 지원이 이뤄졌고 2분기에는 36명이 신규 신청했는데 경기도는 지원을 받기 위해 전입한 이들도 있지만, 그동안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추가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경기도는 국비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채 14억2천만원을 전액 도비로 편성, 피해자 지원금과 의료서비스 지원, 의료실비 지원, 피해자지원센터 운영 등 직접 지원사업과 더불어 추모문화제 지원과 선감역사박물관 운영 등 간접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선감학원 피해자지원센터 역시 이동 편리성을 위해 수원시 팔달구 옛 경기도청사로 이전했으며 지난달 기준 면접상담 138명 등 상담 및 트라우마 해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침묵하는 정부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며 전국 최초로 선제 지원에 나선 경기도의 움직임은 다른 지역의 과거사 피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부산시의 형제복지원, 지난 25일 충청남도의 서산개척단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 추진과정에 경기도의 선감학원 피해지원 정책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강제노역과 폭력에 의해 죽거나 목숨을 걸고 탈출하다 익사해 숨진 선감학원 사망 아동들이 묻힌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공동묘역 부지. /경인일보DB |
한편, 오는 9월부터 진실화해위 권고사항 이행에 대한 의무를 부여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이 시행을 앞두면서 이행점검 총괄을 맡은 행정안전부는 현재 분기별 1회 권고사항 이행점검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정·고건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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