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화장품 수출업체 대표 A씨는 최근 사업을 이어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 업체는 그동안 중국에 화장품을 납품했는데, 중국 수출 실적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베트남으로 판로를 변경해 최근까지 수출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베트남 수출 실적도 크게 나빠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신규 수출시장을 찾으려면 해당 국가의 수출 제도와 각종 규제, 바이어 발굴 등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사업 실적이 계속 부진한 탓에 여력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일본이나 남미 등 여러 판로를 알아보고 있지만, 실제 수출로 이어질 때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사업을 정리하자니 재고 처리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난감하다"고 했다. 


퇴출률 37.4%… 전국 두번째 높아
사업시작 5년 이하 생존비율 7.1%
엔데믹에 수요 급증 물류비용 늘어


인천지역 수출기업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 실적이 지난해부터 감소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오르면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사업을 정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27일 발표한 '2022년 기업무역활동통계' 자료를 보면, 인천 수출기업 퇴출률은 37.4%로 나타났다. 퇴출률이란 1년 전에는 수출 실적이 있었으나, 당해 연도엔 수출 실적이 없어 사실상 폐업 상태에 놓인 기업의 비율을 의미한다. 인천 수출기업 퇴출률은 제주(42.6%)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교역액 규모 역시 2021년 14억6천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9억9천200만 달러로 32.4%나 감소했다.

최근 5년 동안 수출사업을 이어온 기업의 비율을 나타내는 존속률 역시 20.6%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특히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이하인 기업이 생존하는 비율은 7.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자릿수대를 기록했다. 신규 진입 기업일수록 수출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국의 5년 이하 기업 생존율은 16.9%로, 인천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인천 수출기업들의 부진이 다른 지역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과의 교역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수출기업의 주요 교역국 비중을 보면 중국이 8.2%로 가장 높았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6.1%p 감소해 낙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퇴출기업의 주요 교역국 비중도 중국이 8.7%로 가장 높았다.

화장품과 유아용품 등 소비재를 주로 수출하는 인천 중소업체들이 주로 타격을 입었는데, 중국이 소비재를 자국에서 생산하는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수출기업들이 설 곳을 잃은 것이다. 코로나19로 한동안 규모가 줄었던 물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류비용이 늘어난 것도 영세 업체들의 퇴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인천지역의 올해 대중국 수출 규모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 외에도 많은 국가가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는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어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 정상철 수출전문관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위기고, 소규모 기업일수록 판로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퇴출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2~3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인천의 산업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