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화성 니코틴 사건, 모두 인정된 살인 혐의 어떻게 뒤집혔나

입력 2023-07-29 11:43 수정 2023-07-30 17: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7-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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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판매점에 진열된 액상과 전자담배. /경인일보DB
 

고농도 니코틴 원액을 탄 음료나 음식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아내 A씨의 '화성 니코틴 사건'(2021년 11월 30일자 인터넷 보도=[단독] 밤낮으로 일하는 가장을 니코틴으로 살해한 '비정한 아내')이 대법원에서 완전히 뒤집힌 주요인은 '충분히 입증 안된 간접증거'들이었다.

 

3차례에 걸쳐 먹인 미숫가루 음료, 흰죽, 찬물에 모두 아내가 살해 목적으로 니코틴 원액을 넣었고, 남편 명의의 사망 보험금 등이 범행 동기였다는 점을 전부 인정한 1심부터 항소심을 거쳐 결국 전반적 공소사실과 관련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돌려보낸 상고심까지의 과정을 각 판결문을 통해 짚어봤다. 

1·2심 "보험금 노리고 찬물에 니코틴 타 남편에 먹여"

화성 니코틴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형사13부)과 수원고법(형사1부)은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공소사실을 확신할 만한 증거에 의해야 하나 개별적으로 완전히 증명을 못 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간접증거에 의해 범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전제한 뒤 판결했다.

 

1심(2022년 5월 18일 선고)과 2심(2023년 2월 9일 〃)은 "3차례 중 마지막으로 2021년 5월 27일 오전 1시 30분에서 2시 사이 건네진 찬물에 아내가 미리 넣은 니코틴 원액이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여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숨진 상태로 지난 2021년 5월 27일 오전 7시 20분께 발견된 남편 시신의 부검 당시 흰죽과 물이 위에 남아 있었고, 여기서 치사량의 니코틴이 검출돼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부검의, 전문가 의견과 경찰 조사 당시 A씨 부부 주거지에서 남편이 스스로 니코틴 원액을 마셨다고 할 정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이 근거다.

 

A씨가 건넨 찬물에 앞서 A씨가 니코틴 원액을 투여한 직접적인 정황이나 증거는 없었지만 다른 간접적인 증거들에 따라 A씨가 남편을 살해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대법 "유죄 인정할 만큼 간접증거 증명되지 못해"

다만 대법원은 1·2심에서 인정된 간접증거들이 종합적인 직접증거로 작용할 만큼 증명되지 않은 데다 추가로 심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냈다. 판결에 앞서 대법원은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주요사실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대법원은 남편이 아내가 준 찬물을 마셨음에도 "(마신 후)밝혀지지 않은 경위로 피해자가 니코틴을 음용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검 결과와 감정 의견은 피해자가 응급실을 다녀온 후 과량의 니코틴 경구 투여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을 뿐 피고인이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피해자에게 마시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1·2심이 모두 인정한 범행 동기를 두고도 대법원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살인을 저지를 만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기 어렵고 주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어린 아들을 두고 가정 생활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살인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수사기관이 범행 동기를 선명하게 입증하지 못했다"면서다.

 

이처럼 지난해 1월 1심을 시작으로 상고심까지 거쳤음에도 결론지어지지 않으며 재판은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며 무죄 가능성까지 생긴 것"이라며 "다만 검찰이 어떠한 다른 증거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어 최종 재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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