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레드클라우드
지난 28일 의정부 가능동 캠프 레드클라우드(CRC)의 통과도로를 차량과 자전거를 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의정부시는 국방부와 협의해 70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이곳의 통과도로를 이달 초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2023.7.28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의정부시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통과도로가 개통 한 달 만에 독특한 정취를 보유한 시의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8일 오전 CRC 정문. 사거리에 미군기지 안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란 신호가 켜지자 정지선을 출발한 차들이 줄지어 투명 담장 너머로 들어갔다.

과거 통제소로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구조물과 건물들, 길을 따라 앞으로 쭉 뻗은 담장은 이곳이 평범한 장소가 아님을 느끼게 했다. 방문자를 반기는 정문에는 큰 글씨로 '참전 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란 문구가 쓰여 있었다.

주황색 담장 너머 '한적한 풍경'
수령 상당한 우거진 나무 '장관'


조금 더 지나자 주황색 담장 너머 한적한 풍경이 방문자를 반겼다. 과거 미군이 썼던 교회와 사령부, 장교와 사병들의 숙소였던 건물이 차례로 나타났다. 지금은 풀이 우거졌지만, 과거 병사들이 뛰어다녔을 연병장과 차량 격납고도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수령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우거진 나무들은 이곳의 역사가 짧지 않다는 것을 드러냈다.

좌우로 눈을 돌리며 철조망 너머 이런 풍경을 구경하고 있자니 금세 끝이 보였다.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갔다 나온 듯, 부대 밖을 나오자 흔히 알고 있는 한국의 도로 풍경으로 다시 돌아왔다.

CRC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1953년 7월27일 설치돼 미2사단 사령부 등이 주둔했던 미군기지다. 미군의 평택 이전으로 지난해 2월 반환된 후 빈 상태가 이어졌지만, 의정부시가 국방부와 협의해 이달 초부터 왕복 2차로 도로를 일반에 개방했다.

힐링 느끼러 일부러 산책하기도
교통량 분산 정체시간 63% 단축

부대 내에는 한미동맹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축물 약 230개 동이 보존돼있다. 기지 내부로 진입할 순 없지만,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을 볼 수 있는 탓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아침저녁 날씨가 선선해지면 운동 삼아 이곳을 찾는 인근 주민도 적지 않다.
 

출퇴근하면서 매일 이 도로를 지난다는 운전자 최모(42)씨는 "나무도 많고, 적막한 풍경이 왠지 숲 속 오솔길처럼 힐링되는 느낌이다. 가끔 아이들도 이 길로 오는 걸 좋아한다"면서 "이 근방을 지나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라도 한번 와 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RC 통과도로는 교통량을 분산시켜 교통 체증 완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시가 간이 교통량 조사를 한 결과, 오전 첨두시(교통량 최대 시간) 기준 녹양로와 비우로 정체구간 통행 소요시간이 통과도로 개통 전 5분23초에서 현재 2분1초로 6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 관계자는 "미군기지 도로가 개통된 사례는 있지만, 높은 울타리가 아니라 CRC처럼 담장을 설치해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한 곳은 의정부시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면서 "CRC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시민들이 눈여겨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