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세교2 A6 (19)
국토교통부가 지하주차장 기둥 철근이 누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명단 15곳을 공개한 가운데 1일 오산시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 서포트가 설치돼 있다. 2023.8.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서 불거진 철근 누락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쓰인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를 전수 조사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부실시공 논란이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다양한 점이 지목된 가운데, 이번 일을 건설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 전수 조사…촉각 곤두세우는 건설업계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아파트를 조사한 정부는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했다. 이에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민간 아파트로 전수 조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무량판 공법은 보를 넣지 않고 기둥이 직접 콘크리트 천장을 지탱하는 구조다. 공동주택의 지하주차장을 해당 공법으로 시공하면 다른 공법보다 땅을 덜 파도 돼, 비용이 적게 든다. 이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공법이다.

보강근을 갖춘 설계에 튼튼한 시공이 어우러지면 굉장히 유용한 공법이지만, 철근이 필요한 만큼 쓰이지 않은 곳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둥이 콘크리트 천장 지탱 구조
저비용 장점… '철근 부족' 드러나
업계 "책임감 결여·안전 불감증"
전문가 "건축사 설계·감리" 지적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시 철근 누락 아파트가 더 많이 발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각 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광주 화정아이파크아파트 붕괴 사고와 인천 검단자이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모두 홍역을 치러야 했다.

점검 결과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보강 공사를 해야 하는데, 입주가 완료된 단지의 경우 주민 동의를 거쳐야 하는 점도 변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가 선제적으로 검토를 마쳤을 것이라고 보지만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 잇단 부실시공 논란 원인은… "건설 안전 정착 계기로 삼아야"


부실시공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전문가들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은 다양했다. 종사자들의 책임감 결여와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인력 부족과 치솟는 건설 비용 속 저가 입찰 경쟁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계단계에서 시공, 감리 등 건설관련 종사자 고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 결여와 안전 불감증이 합쳐진 결과"라며 "건설공사의 안전은 공사과정에 참여하는 종사자의 철저한 직업의식과 작업환경 전체를 총괄·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적절히 작동될 때 담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생명과 직결… 제도 보완을"


안태상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설계와 감리를 건축사가 도맡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안 부회장은 "현대 건축은 건축사들이 디자인하면 구조, 설비, 전기, 소방 등 각계의 엔지니어들이 구현하는 것이다. 마치 건축사가 엔지니어들에게 '하도급'을 주는 구조"라며 "다른 나라처럼 독립적인 엔지니어 분리 발주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영식 대한건축사협회 경기도건축사회 법제위원장은 "건설현장에 고급기능자들이 부족하다. 인력이 부족해 그들의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며 "단순히 인력 부족뿐 아니라 저단가 경쟁, 발주자들의 짧은 공기 등 복합적인 문제로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업계에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비슷했다. 안 부회장은 "무량판 공법은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큰 사고를 전수 조사로 대비한다는 것으로,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도 "건축물의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잘못이 있다면 조사를 통해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설 공사 발주자부터 설계·감리·시공사 및 현장 근로자까지 생산환경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역설했다.

/강기정·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