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빠진 LH 아파트
페인트 칠 한다더니… '철근 누락 LH 아파트' 불신 키운 거짓 설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가운데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91개 단지 중 15곳의 철근이 빠졌다고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밝혔다. 파주 운정(A34), 수원 당수(A3), 오산 세교2(A6) 등 경인지역에만 7개 단지가 포함돼 경기도는 무량판 구조로 된 도내 아파트 지하주차장 95곳에 대해 전수점검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진은 1일 오산시 오산 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보강작업을 위해 설치된 잭 서포트. 2023.8.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1일 오후 4시께 파주시 동패동 초롱꽃마을 3단지(파주운정 A34) 지하주차장 1층에선 슬래브(콘크리트 천장) 보완 작업 등 보강공사가 한창이었다. 천막 안엔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한 철제 기둥들이 설치돼 있었다.
지난달 11일부터 시작됐다는 보강 공사는 천장의 하중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해 진행됐다.
해당 아파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아파트 중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난 15개 단지 중 한 곳이다. 정부 조사 결과 해당 아파트 단지는 331개 철근 중 11개가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보강공사가 진행 중임에도 입주민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김모(37)씨는 "원래는 지하주차장 천장 보강 공사가 아니라 페인트 도색 공사로 알고 있었다.
어제(7월 31일) 갑자기 설명회가 진행됐는데, LH 관계자가 '불안감을 조성할 것 같다'는 이유로 페인트 도색 공사라고 말했다고 했다"며 "개인적으로 지난해 11월 지하 주차장 천장 콘크리트가 떨어진 것을 목격해 관리사무소에 얘기했던 적이 있어서 설명을 들어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불안 조성 이유로 일부 '거짓 설명'
공지도 부실, 입주민들 "못 믿어"
같은 날 남양주 별내동 별내퍼스트포레아파트(남양주 별내A25) 지하주차장 1·2층엔 각각 10여개씩 철골조의 잭 서포트가 꽂혀 있었다. 본격적인 천장 보강 공사에 앞서 이틀 동안 설치한 것이다. 이 아파트 단지 역시 15개 단지 중 한 곳인데, 누락 철근 개수는 302개 중 126개다.
입주민들은 이번에 뉴스로 소식을 듣기 전까지 철근 누락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지난해 분양받아 입주한 최모(36)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 '순살 아파트'가 우리 단지도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3억원 들여서 입주했는데 이런 소식이 계속 들린다면 불안한 것도 불안한 거지만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도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지하주차장 기둥 철근 누락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명단에 포함된 오산시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의 모습. 2023.8.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보강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입주민들과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보강 공사를 마친 단지에서도 정부·LH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강 공사 시점과 과정 등을 공지 받은 적이 없어 제대로 진행됐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원당수 A3 아파트 단지의 경우 지난 5월 입주 전 보강 공사를 마쳤지만, 입주자들은 시공사인 한라비발디에 공청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철근 누락 문제 발생 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건설 현장 대다수가 부실 공사에 노출돼 있다. 공공이 이 정도면 민간은 더 심할 수 있다"며 "건설회사가 부실 공사를 했을 시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 이윤보다 손해액이 몇십 배, 몇백 배 정도 날 수 있다는 인식을 건설 기업들에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2·13면('무량판 전수조사' 긴장감… "안전문화 정착 계기로")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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