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주년, 문화로 기억하다·(2)] 한국영상자료원 '전후 원조·재건 현장' 최초 공개

냉전 패권다툼속… 오롯이 담겨진 '그 시절'
입력 2023-08-02 18:56 수정 2023-08-03 12:5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8-03 15면

화도예배당 건설공사 장면
화도예배당 건설공사 장면. 1954년 7월 20일 촬영.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냉전시기 미국의 우방국 외교 기틀이 됐던 '트루먼 독트린'에서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과거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간 벌어졌던 팽팽한 패권 다툼이 한반도, 그중에서도 경기도와 인천에는 어떤 모습을 펼쳐냈을까.

이 시기 미군 장병이 촬영한 영상기록물에는 파란만장했던 국제관계 속에서도 일상을 보내는 민중들의 소소한 모습이 박제돼 있었다. 한국전쟁과 한미동맹이 어느 마을, 한 지역에 끼친 영향을 연구하는 데 실마리가 될만한 자료다.

'한미동맹 70주년' NARA 등서 발굴한 기록 영상 24릴
파주·동두천·의정부·인천 등 중심 당시 모습 '고화질'
"지역사 연구 중요한 자료 될것"… KMDb서 26일까지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에서 발굴한 기록영상 필름 24릴을 최초 공개했다. 이중 주요 영상을 추려 오는 26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KMDb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상영한다. 영상에는 미군과 UN이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재건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특히 이번에 발굴한 영상은 향토사와 지역학을 연구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과 선교사들이 활동하던 파주, 동두천, 의정부, 인천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당시 모습이 고화질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영상에는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 파주 율곡중학교, 동두천복지병원, 화도예배당(화도감리교회) 등이 등장한다.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찍은 영상에 등장하는 팻말. 1963년 11월 12일 촬영.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1954년 7월 20일 인천 화도진에서 촬영한 영상에서는 당시 재건 중인 화도예배당과 성경으로 추정되는 책을 기둥에 넣고 상량식을 치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63년 11월 12일 촬영한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 영상은 당시 파주여상 건물이 미군의 원조로 만들어졌다는 걸 강조하는 듯한 팻말을 비추기도 하고, 미군들이 파주여상 학생들과 사이 좋게 배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번 발굴 작업에 공동 참여한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록 영상들은 그 지역의 주요한 시공간들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지역사를 연구하던 기존의 구술 자료 등과 연계해 교차 연구하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사료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나, 한계점도 분명하다. 우방국 원조사업의 하나로써 상황을 연출해 찍어서다. 냉전시기 이데올로기 경쟁에서 자유진영의 우월함과 미국의 인도주의적인 모습을 홍보하려는 의도였다. 1953년 7월 27일 강원도 원주에서 촬영한 한 영상은 아이들이 미군이 가져다준 교과서를 미소 지으며 읽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시기 진행된 '미군대한원조(AFAK) 프로그램'은 1953년부터 1971년까지 미군 부대 주둔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종교·문화·교육기관 지원, 고아원·병원·학교 건설 등 6천695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미군 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사회 문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배구하는 모습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미군과 학생들이 배구하는 모습. 1963년 11월 12일 촬영.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지난해부터 '해외 소재 한국 근현대 기록영상 컬렉션 구축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영상자료원은 올해 말까지 130여 릴의 필름을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디지털 사본을 해외에서 가져와도 가장 원본에 가까운 데이터로 확보하고 있다"며 "보다 전문적으로 관리해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자료들이 알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국어책을 이송하는 장면
미군이 가져다 준 교과서를 아이들이 이송하는 장면. 1953년 7월 27일 촬영.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동두천복지병원 건설장면
동두천복지병원 건설장면. 1963년 11월 15일 촬영.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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