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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고기잡이 명맥 끊는 조업한계선

입력 2023-08-02 19:4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8-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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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최근 인천의 노포(老鋪)를 다룬 기획 '이어가게' 시리즈를 취재하며 오래된 가게 몇 곳을 방문했다. 인천시청 근처 상가만 봐도 시시각각 간판이 오르내리는데, 노포들은 3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어가게로 선정된 노포는 음식점, 사진관, 방앗간, 공예사, 한복집 등 업종·분야가 천차만별이었다. 이들 가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부모님 세대'부터 이어진다는 것. 노포의 주인장들은 부모 밑에서 일을 배우며 그들의 방식을 전수받고, 거기에 본인만의 스타일을 덧붙이고 있었다. 그렇게 전통이 생기고 유지, 발전되고 있었다.

인천 앞바다에도 대대손손 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강화군·옹진군 일대에서 조업을 하는 어민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부모 세대에서 시작된 역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수십 년 전부터 아버지가 다녔던 뱃길을 따라 새우·꽃게·농어 등을 잡으며 생계를 잇고 있다.



이들에게 최근 위기가 생겼다. 1960년대부터 존재했던 '조업한계선'이 급작스레 조업 활동의 걸림돌이 됐다. 접경지역인 강화군 일대 바다는 강화도 창후항, 교동도 남산포항, 볼음도 볼음항 등을 연결하는 조업한계선이 있다. 수십 년 동안 강화 지역 어민들이 조업한계선을 넘어도 행정처분이나 단속이 없었는데, 2020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조업한계선에 대한 사법 처분 조항이 생기면서 어민들은 조업을 위해 배를 몰기만 해도 언제든 범법자가 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조업을 그만두고 배를 내놓는 어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대를 잇는다는 건 생업을 잇는 차원을 넘는다. 30~40년 이상 대물림된 전통은 그 지역의 귀중한 역사이자 자산이 된다. 한 어민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조업활동을 후손들에게 계승하고 싶어요. 동료 어민들이 그만두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조업한계선이 하루빨리 어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조정돼 우리 어민들의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습니다."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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