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빠진 LH 아파트

철근 빠지고 전관예우 들어간 설계 'LH 관행' 피해는 입주자 몫으로

입력 2023-08-02 18:42 수정 2023-08-21 13:29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8-03 1면
1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가운데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91개 단지 중 15곳의 철근이 빠졌다고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밝혔다. 파주 운정(A34), 수원 당수(A3), 오산 세교2(A6) 등 경인지역에만 7개 단지가 포함돼 경기도는 무량판 구조로 된 도내 아파트 지하주차장 95곳에 대해 전수점검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진은 1일 오산시 오산 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보강작업을 위해 설치된 잭 서포트. 2023.8.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철근 누락 사태'로 관련 아파트의 입주자·입주예정자 모두 불안에 떠는 가운데(8월2일자 1면 보도=페인트 칠 한다더니… '철근 누락 LH 아파트' 불신 키운 거짓 설명), 이번에 논란이 된 경기·인천지역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7곳의 설계사가 모두 LH(한국토지주택공사) 퇴직자들과 관련 있는 '전관(前官) 업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엘피아'로 불리는 LH 전관 카르텔이 사태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고강도 혁신을 예고한 상태다.

경기·인천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7곳
LH 퇴직자와 관련있는 '전관(前官) 업체'
'엘피아(LH+마피아)' 카르텔 구조원인 중 하나

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경기·인천지역 7곳의 설계사는 모두 LH 퇴직자들이 현재 근무 중이거나 대표이사 및 고위급 임원을 역임한 '전관 업체'였다. LH 출신 인사가 있는 감리사는 5곳으로 확인됐다. LH가 직접 관리한 수원당수와 파주운정3 A-23블록을 제외하곤 모두 전관 업체가 감리를 맡았다.

현재 LH가 발주한 경기·인천지역 아파트 단지들의 철근 누락 원인으로는 설계 오류 및 부실 감리가 지목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 전관 업체들이 설계·감리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154개 철근을 모두 누락해 도마 위에 오른 양주 회천 A15의 경우 설계사 2곳, 감리사 2곳 모두 전관 업체다.

설계·감리 부실… '특혜 발주' 의구심
"한국 공공발주, 기술보다 영업력에 좌우"
'엘피아' 이미 2021년 불거졌던 문제
LH '반카르텔 본부' 신설, 고강도 혁신 예고

해당 설계·감리 업무는 각 업체가 입찰을 통해 수주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 경쟁이 아닌, 전관 특혜 발주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LH 발주 공사에 LH 출신 직원이 수주에 나서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점이 결과적으로 부실 공사로 이어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LH를 포함한 한국의 공공 발주는 기술보단 영업력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 아무래도 수주 시 실무 협상에 들어가면 LH 전직 직원들이 참여하는 게 좀더 유리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업계 시각"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구조적으로 전관예우하듯이 수주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그 피해가 입주자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엘피아' 문제는 이미 지난 2021년 'LH 사태' 당시에도 불거졌던 문제다. 경실련이 LH 사태 당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에 대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천582억원)를 수주했다. 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LH가 2016년부터 2022년 6월까지 7년 동안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8천51억원(150건)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도 제기됐다.

LH는 고강도 혁신을 예고했다. 이날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 근절을 위한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또 전관 특혜 의혹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발주부터 감리까지 건설의 모든 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 관련기사 2·4·12면(엘피아(LH+마피아) 재등장에… LH, 건설카르텔 척결예고)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김동한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