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줄 왼쪽부터 샬레의 큰 딸 쟈클린, 샬레의 부인 잔느, 나혜석, 둘째 딸 엘렌, 샬레. 앞줄 왼쪽부터 김우영, 미상, 서영해, 샬레의 아들 장.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
1920년대 프랑스 파리는 예술과 낭만이 꽃피던 곳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수많은 예술가가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1925년 파리의 술집 '딩고 바'에서는 무명 시절의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가 통성명을 나눴다. 그리고 1927년, 동양의 어느 작은 나라에서도 한 여성이 그림을 배우기 위해 예술의 도시로 날아왔다. 정월 나혜석이다.
나혜석이 파리 근교 '샬레의 집'에 머물던 3개월가량의 시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사진 일부가 최근 공개됐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1일 영화 감독 한경미씨로부터 나혜석 사진 4장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그간 나혜석 관련 사진 자료는 국내 활동 위주로 수집됐었기에, 해외 거주 시기를 담은 이번 사진 4장의 의미는 특별하다.
나혜석이 파리 근교 '샬레의 집'에 머물던 3개월가량의 시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사진 일부가 최근 공개됐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1일 영화 감독 한경미씨로부터 나혜석 사진 4장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그간 나혜석 관련 사진 자료는 국내 활동 위주로 수집됐었기에, 해외 거주 시기를 담은 이번 사진 4장의 의미는 특별하다.
한경미씨 수원시립미술관에 4장 기부
'샬레의 집' 머물던 시기에 찍힌 사진
"샬레씨의 외손녀 안느 마쥐레씨에게 '이 사진은 한국에서 아주 귀중한 사진'이라고 전화로 강하게 피력했죠." 프랑스에 거주하는 기증자 한경미 감독은 지난 3일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진을 입수하기까지 기나긴 시간을 거쳐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나혜석 전집(이상경 편저·2000년 출간)'에 등장하는 파리 근교 지역의 '이 집'에 대한 묘사를 보고, 르 베지네 면사무소에 전화해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집주인이던 '샬레'라는 이름과 '르 베지네'라는 지역명, 단서 두 개만 갖고 찾아 나섰다"며 "몇 년 뒤, 사진첩을 보관하던 샬레씨의 외손녀와 어렵게 연락이 닿아 2019년 가을쯤 사진을 전해 받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2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사진은 그간 프랑스에만 있었다. 그러던 중 한경미 감독은 사진의 존재를 여러 기고문과 나혜석 기념사업 자리 등을 통해 이야기했다. 이를 눈여겨본 수원시립미술관 측이 한 감독에게 연락하면서 기증의 물꼬가 트였다.
앞서 한경미 감독의 궁금증을 자극한 건 나혜석이 남겼던 '이 집'에 대한 글이었다. 나혜석은 1936년 4월, 잡지 '삼천리'에 "이 집은 파리 상라지르 정류장에서 전차로 25분간밖에 아니 걸리는 파리 가까운 시외니 별장 많기로 유명한 레베지네하고 하는 곳에 있다. … 정원에는 높은 고목이 군데군데 서 있고 푸른 잔디 위에는 백색 화초가 피어있다"고 실었다.
'이 집'의 주인인 펠리시앙 샬레(1875~1967)는 평범한 시민은 아니었다. 샬레는 아시아 학자이자 철학과 교수였으며, 프랑스 한국친우회를 통해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지식인이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시기 한국과 중국을 방문한 뒤, 일제의 식민통치를 비판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2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사진은 그간 프랑스에만 있었다. 그러던 중 한경미 감독은 사진의 존재를 여러 기고문과 나혜석 기념사업 자리 등을 통해 이야기했다. 이를 눈여겨본 수원시립미술관 측이 한 감독에게 연락하면서 기증의 물꼬가 트였다.
앞서 한경미 감독의 궁금증을 자극한 건 나혜석이 남겼던 '이 집'에 대한 글이었다. 나혜석은 1936년 4월, 잡지 '삼천리'에 "이 집은 파리 상라지르 정류장에서 전차로 25분간밖에 아니 걸리는 파리 가까운 시외니 별장 많기로 유명한 레베지네하고 하는 곳에 있다. … 정원에는 높은 고목이 군데군데 서 있고 푸른 잔디 위에는 백색 화초가 피어있다"고 실었다.
'이 집'의 주인인 펠리시앙 샬레(1875~1967)는 평범한 시민은 아니었다. 샬레는 아시아 학자이자 철학과 교수였으며, 프랑스 한국친우회를 통해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지식인이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시기 한국과 중국을 방문한 뒤, 일제의 식민통치를 비판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전집에 나온 집 묘사만 보고 수소문
복원 마친 후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
한경미 감독이 수원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나혜석이 샬레의 집에서 머물던 시기에 촬영된 사진.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
그래서인지 사진에 나온 나혜석의 모습은 마치 샬레 가족의 일원처럼 보인다. 한복을 차려입은 나혜석은 샬레의 둘째 딸 엘렌 옆에 붙어 미소 짓고 있다. 이외에도 당시 나혜석의 남편 김우영과 독립운동가 서영해도 나란히 사진에 담겼다.
1928년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가정집에서 찍은 사진들은 어느새 95년의 세월이 흘러 2023년 수원에 도착하게 됐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사진 4장의 기증 절차와 보존 처리 작업 등을 모두 끝마치고서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먼저 선보인 2장의 사진 외에 나머지 2장은 손상 문제로 복원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채영 학예사는 "기존에 보유한 사진들은 가족사진이나 독사진 위주였다. 이번 기증 사진들은 실제 1920년대 파리에서 생활하던 나혜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파리 유학 시기를 살피는 것은 물론, 나혜석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나혜석 '자화상'.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
수원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인, 민족운동가, 여성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정월(晶月) 나혜석. /경인일보 DB |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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