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 감독, 나혜석 사진 수원시립미술관 기증… 선공개·복원 각 2장

1920년대 파리 미공개 발자취, 95년 세월 넘어 다시 수원 도착
입력 2023-08-07 19:25 수정 2023-08-08 17:14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8-08 15면
수원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인, 민족운동가, 여성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정월(晶月) 나혜석. /경인일보 DB

치마와 저고리를 차려입은 나혜석의 모습은 서양인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띈다.

나혜석은 집주인 '샬레'의 둘째 딸 옆에 붙어 미소 짓고 있다.

목에 넥타이를 매듭진 동양인 남성 두 명도 돋보인다. 당시 나혜석의 남편이던 김우영과 독립운동가 서영해다. 이 사진은 1928년 나혜석이 프랑스 파리 근교 '샬레의 집'에서 머물며 서양화 공부를 하던 때 찍은 것이다.

철학교수 '샬레'의 집 거주시기 귀중한 자료
보관 외손녀와 어렵게 연락 닿아 2019년 입수
넥타이 맨 동양 남성 김우영·서영해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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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왼쪽부터 샬레의 큰 딸 쟈클린, 샬레의 부인 잔느, 나혜석, 둘째 딸 엘렌, 샬레. 앞줄 왼쪽부터 김우영, 미상, 서영해, 샬레의 아들 장.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수원시립미술관은 최근 나혜석이 프랑스 파리 근교 '샬레의 집'에 거주하던 시기에 찍은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1일 영화감독 한경미씨에게 기증받은 4장 중 2장이다. 나머지 2장은 손상 문제로 복원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나혜석 관련 사진 자료는 국내 활동 위주로 수집됐었기에, 해외 거주 시기를 담은 이번 기증 사진 4장의 의미는 특별하다. 1920년대 조선과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던 나혜석의 행보와 그의 주변 인물들 모습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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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나혜석이 머물던 '샬레의 집'의 집주인 펠리시앙 샬레(1875~1967) 같은 서양 지식인들과의 관계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 샬레는 아시아 학자이자 철학과 교수였으며, 프랑스 한국친우회를 통해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1차 세계대전 시기 한국과 중국을 방문한 뒤, 일제의 식민통치를 비판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파리에서 수원으로 사진이 건너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기증자 한경미 감독은 사진 입수 과정에 대해 "2004년 집주인이던 '샬레'라는 이름과 '르 베지네'라는 지역명, 단서 두 개만 갖고 찾아 나섰다. 몇 년 뒤, 사진첩을 보관하던 샬레씨의 외손녀와 어렵게 연락이 닿아 2019년 가을쯤 사진을 전해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사진은 그간 프랑스에만 있었다. 그러던 중 한경미 감독은 사진의 존재를 여러 기고문과 나혜석 기념사업 자리 등을 통해 이야기했다. 이를 눈여겨본 수원시립미술관 측이 한 감독에게 연락하면서 기증의 물꼬가 트였고, 마침내 수원까지 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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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미 감독이 수원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나혜석이 샬레의 집에서 머물던 시기에 촬영된 사진.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수원시립미술관은 사진 4장의 기증 절차와 보존 처리 작업 등을 모두 끝마친 뒤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채영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사는 "기존에 보유한 사진들은 가족사진이나 독사진 위주였다. 이번 기증 사진들은 실제 1920년대 파리에서 생활하던 나혜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파리 유학 시기를 살피는 것은 물론, 나혜석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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