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포동 임시공간에서 개인전 '블루항 시그널'을 열고 있는 홍세진 작가. /작가 본인 제공 |
홍세진 작가가 인천서 여는 첫 개인전 '블루항 시그널'(Blue Sea Harbor Signal)이 인천 신포동에 있는 '임시공간'에서 진행 중이다.
홍세진은 이번 전시에서 9점의 회화와 1점의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인천 항구가 작가에게 보낸 다양한 청각적·시각적 '신호'를 재조합해 작가의 방식대로 시각화한 작품이다. 홍 작가는 "감각 할 수 없는 청각적 세계와 감각 할 수 있는 시각적 세계를 조합해서 '페인팅' 작업을 하는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검은 끼룩끼룩' 등 회화·설치작품 10점 선봬
특유 관찰력 익숙한 사물 '낯선 방식' 소환
홍 작가가 소리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 특별하다.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통해 소리를 듣는데, 3세 때 1년여 동안 크게 아픈 이후로 청력이 손상돼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특별한 '장치'를 통해 듣는 소리가 있는 그대로 들릴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기계를 거치면 현실에서는 들리지 않는 기계음이나 다른 신호가 섞이고 왜곡됩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어렸을 때는 보청기가 '2채널' 이었어요. 더 쉽게 설명하면 발자국 소리와 사람의 말소리를 구분하기 힘들죠. 하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48채널'로 진화했어요. 더 많은 청각 신호를 받아들이게 됐죠. 하지만 기계가 '업그레이드' 될수록 너무 다른 소리를 경험하게 돼요. 저도 헷갈리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혼란스럽죠. "
홍세진 개인전 '블루항 시그널'이 열리고 있는 임시공간 전경. /임시공간 제공 |
작가는 그렇게 자신이 매번 새롭게 감각한 세상을 '조합'하고 청각적, 시각적으로 '편집'해 작업한다. 추상적인 표현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항구 주변의 풍경을 주로 담아낸 이번 전시 작품의 예를 들면, '검은 끼룩끼룩'이라는 회화에서는 하얀 갈매기와, 검은 까마귀를 한 캔버스 안에 그려 넣었고, '돛단배'라는 설치 작품으로 바람이 부는 모습을 시각화했다.
작가 특유의 관찰력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너무 익숙해서 인지하지 못하는 사물들도 낯선 방식으로 캔버스에 소환해 낸다. 옥외 물탱크를 소재로 그린 '정지된 물', 인천항 주변의 저장시설을 그린 '자잘한 선', 부두에 배를 묶어 두는 계선주를 그린 '우뚝 커브' 등이 그렇다.
작가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물었다.
"작업의 주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나 구체적인 계획 같은 건 아직 없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렸고, 유일하게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림입니다. 계속 그리고 있고 그릴 계획입니다."
임시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블루항 시그널'은 19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