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심사를 받지 못해 인천국제공항 환승 구역 등에서 장기간 기거하는 이른바 '공항 난민'과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의 주요 쟁점과 개선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난민이란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다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 등을 말한다.
국내 현행법상 이 같은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면 '난민심사절차'에 회부돼 심사를 받아야 한다. 난민심사절차에 넘겨지면 '난민 신청자' 지위를 얻게 되고, 우리나라로 입국해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난민심사절차에 불회부되면 입국이 불허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2013~2022)간 전체 신청 건수 중 약 44.9%인 928건만이 난민심사절차에 회부됐다. 난민심사절차를 신청한 외국인 중 절반 이상이 심사조차 받지 못하는 셈이다.
거짓서류를 제출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 이유가 명백하지 않을 경우 난민심사절차에 불회부될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들은 '불회부 결정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공항 환승 구역이나 공항 내 출국대기실에서 장기간 체류해야 한다.
'난민신청제도' 쟁점 보고서 발간
북아프리카 출신 10개월째 머물러
지난 2020년에는 난민 심사에 불회부된 앙골라인 가족이 9개월 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 생활(2020년 10월30일자 4면 보도='인천공항 숙식' 앙골라인 가족, 난민법 헌법소원 기각)하기도 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엔 북아프리카 출신 외국인이 난민 심사를 받지 못한 채 10개월이 넘게 머물고 있다.
이주민법률지원센터 '모모'의 김원규 변호사는 "난민 심사 자체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불회부 취소 소송이 끝날 때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공항에 체류해야 한다"며 "우리 센터가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인 한 나이지리아인의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은 아직 공판일정이 잡히지도 않았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선 공항 환승 구역 체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거하기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또 궁극적으로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등 외부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난민심사절차에 불회부돼 난민신청자 지위를 얻지 못하면 '강제송환금지원칙'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는 만큼 심사 불복절차에 있는 외국인의 지위를 따로 난민법에 명시해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송환금지원칙은 누구라도 의사에 반해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송환되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법상 원칙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난민인정절차를 폭넓게 보장할 경우 이를 악용해 입국심사가 형해화(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됨) 될 우려가 있다"며 "공항 장기 대기자의 이동범위 제한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