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입원제 인권 차원에서도 도입할 때 됐다

입력 2023-08-08 19:3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8-09 19면
분당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으로 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 시행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분당 사건의 범인 최원종이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 즉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도 3년 동안 치료를 받지 않은 전력이 드러나면서다. 대전 대덕구 한 고교에서 교사를 흉기로 찌른 20대 범인도 정신질환 진단자였다. 그는 의사의 입원 치료 권유를 거부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2명 이상의 보호자의 신청과 2명 이상의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서가 있어야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2016년 헌법재판소가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위헌으로 판결하자, 사실상 시행이 어려운 조건으로 강제입원을 제한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정상인을 강제입원시키는 악행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반인간적 범죄가 속출할 때마다 강제입원과 치료가 불가능한 현실을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2019년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한 안인득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둘렀다.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2021년엔 남양주에서 조현병을 앓는 20대 아들이 병원 입원을 놓고 다투다가 60대 아버지를 살해했다. 이 때마다 법원이 중증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을 결정토록 하자는 사법입원제가 주목받았고, 국회에서 입법 시도가 있었다.



사법입원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이 확산된다는 반대 논리는 유효하고 경청해야 한다. 정치권이 사법입원제 도입을 주저하는 배경이다.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고 사고를 전환할 때가 됐다. 2021년 기준 중증 정신질환자가 65만여명이다. 2020년 강력범죄 등 형법 관련 범죄 정신질환자는 9천58명이다. 일반적 범죄 발생률을 훨씬 웃돈다. 문제는 정신질환자라도 입원, 약물, 상담치료를 지속하는 사람들은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반면, 치료를 중단한 사람들은 본인과 타인을 해칠 수 있는 상태에 방치된다는 점이다.

치료 중단자에 한해 국가가 개입해 지속적인 치료를 유지할 수 있다면 국민이 병리적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줄고, 정신질환자들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즉 정신질환 범죄의 가해와 피해를 예방해,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일반인의 생명권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권침해 여지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사법입원제 시행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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