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조기' 기간(2~5일) 인천 앞바다 섬 해안가에도 예년보다 더 많은 바닷물이 차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섬 주민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혹여 해수면 상승이 원인이라면 앞으로 섬 지역에 바닷물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흥도 진두항 일대 바닷물 침수
장봉도도 기현상… 추가피해 우려
전문가 "원인조사·예방책 필요"
9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대조기 기간에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해안가는 예년과 달리 물에 잠기지 않던 지역까지 침수됐다. 영흥도 내리에는 영암어촌계 사무실로 쓰는 컨테이너 주변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 왔다. 이 일대 바닷물이 사무실 인근까지 차오른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어촌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암어촌계장인 정윤기(52)씨는 "이번 대조기는 파도가 잔잔해 큰 피해는 없었지만, 날씨가 안 좋았으면 어촌 체험 휴양 마을 매표소나 주차장 등도 물에 잠길 뻔했다"며 "예전에는 어장 진입로 일부만 물이 찼는데, 해가 갈수록 이제는 대부분 지역에 바닷물이 들어올 정도로 양이 많아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낚시 어선이 출항하는 영흥도 진두항 인근도 바닷물에 침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전에는 선착장 주변 지역만 일부 물에 잠겼다. 하지만 이번 대조기에는 낚시객을 위한 주차장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 왔다. 영흥도의 한 주민은 "낚시 어선 선장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선착장과 먼 지역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전했다.
이런 기현상은 영흥도뿐 아니라 북도면 장봉도에서도 발생했다. 평소보다 30~40㎝나 높게 바닷물이 차올라 여객선이 접안하는 선착장 경사로가 모두 물에 잠겼다.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침수되는 섬 지역이 많아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대조기보다 물이 더 차오르는 '백중사리'(1년 중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기간·이달 31일∼9월 3일) 기간엔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번 백중사리 기간에는 해수면이 최대 97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암어촌계 정윤기씨는 "백중사리 때는 주차된 차량이나 사무실 등이 물에 떠내려갈지 몰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인하대학교 해양학과 이관홍 교수는 "해수면 상승에 의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저기압이나 바람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물이 많이 차오른 것일 수도 있다"면서 "여러 지역에서 물이 차오르는 현상이 관찰되는 만큼 전문 기관에서 구체적인 원인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