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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에너지가 올해 12월 완공을 목표로 신규 2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2공장 완료 후 조감도. 2023.8.11. / 필에너지 제공.

2차전지는 올 여름 한국 경제에서 가장 뜨거운 산업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가 주목을 한 몸에 받고, 단번에 '황제주'로 거듭난 에코프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에 편입한 것도 2차전지 열풍에 기인한다. 단순 테마주 열풍이라고 보긴 어려운 게, 전세계적인 탄소 중립 기조 속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2차전지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자명하다.

여름 주식 시장을 달군 2차전지 열풍 속, 가장 주목받은 기업 중 한 곳이 필에너지다. 상장 첫날인 지난달 14일 공모가 3만4천원 대비 주가가 무려 237.06% 오르며 11만4천600원에 거래를 마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장중 주가가 13만2천원까지 치솟을 정도였다.

오산에 있는 '4년차 강소기업' 필에너지
2차전지 장비 관련 차별화된 기술로 주목
원통형 배터리 등 새로운 시장에도 지속 대응
"시장 확대, 다변화 통해 2027년엔 1조원 기업으로"


화제의 기업인 필에너지는 오산에 있다. 모기업격인 필옵틱스와 함께 있다. 필옵틱스는 2008년 삼성SDI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용 레이저 커팅 엔지니어였던 한기수 대표가 창업했다. 지금은 국내 최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레이저 커팅 장비 업체다. 이 필옵틱스에서 2020년 분할한 회사가 필에너지다. 필옵틱스 내에서 에너지 관련 설비를 만들던 조직이 분리된 것이다. 2차전지 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필옵틱스와 삼성SDI가 함께 지분을 투자해 만들었다. 삼성SDI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두 회사는 수원지역에 있다가 회사가 차츰 규모가 확대되자 오산으로 공간을 넓혀 이전해왔다.

그도 그럴듯이 2020년 209억원이던 매출이 2021년 1천652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라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엔 1천897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27% 증가한 16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에만 730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에너지가 성장을 거듭해온 것은 남다른 기술 역량 때문이다. 필에너지는 2차전지 공정의 핵심 설비인 스태킹(stacking) 장비와 레이저 노칭(notching) 장비를 생산한다. 임직원 84%가 엔지니어와 R&D 인력일 정도로 기술 역량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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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에너지의 주력 품목인 노칭과 스태킹의 일체형 설비다. 조립공정 핵심설비를 통합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23.8.11. / 필에너지 제공.

주력 품목인 스태킹 장비는 2차전지 제조 공정에서 핵심 설비로 분류된다. 스태킹은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쌓는 공정을 의미한다. 소재를 높이 쌓을 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는데, 빠른 속도에서도 고도의 정밀도를 유지하는 게 필에너지 장비의 핵심이다. 양산되는 장비 중에선 필에너지의 스태킹 장비가 가장 소재를 높이 쌓을 수 있다는 게 필에너지의 자부심이다. 해당 스태킹 장비는 14.15%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와 공동 개발한 것이다. 현재 삼성SDI의 스태킹 장비 단독 공급사이기도 하다. 레이저 노칭 장비도 정밀도와 속도가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노칭은 배터리 소재를 적절한 모양으로 잘라 양극과 음극 탭을 만드는 공정이다. 이미 필에너지는 해당 장비를 필옵틱스에 있던 시절부터 양산해왔는데, 수년 간 쌓아온 기술력을 토대로 해당 설비 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필에너지는 레이저 노칭과 스태킹 공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일체형 설비를 개발했다. 노칭과 스태킹은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공정인데, 이를 각각의 장비가 아닌 한 장비에서 실시하다 보니 정밀도는 20% 높아지고 공정이 단순화돼 공간 효율성도 30%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현재 2차전지 관련 일체형 설비를 양산하는 곳은 필에너지가 유일하다. 매출이 매년 상승세를 거듭한 이유다.

2차전지 관련 새로운 시장에도 쉼 없이 속도감 있게 대응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원통형 배터리 관련 시장이 대표적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에 이어 최근 주목도가 높아진 배터리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차량에 적용된 게 계기가 됐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업체들도 원통형 배터리 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필에너지 역시 원통형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장비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와이더와 레이저 노칭 장비가 필요한데, 조만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또 전고체전지에 적용될 스태킹 설비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연료전지와 관련한 스택 기술도 검토·연구 중이다.

이를 위해 현 오산시에 소재한 1공장 옆에 연면적 1만7천52㎡ 규모 2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오는 12월 완공 목표다. 이를 통해 약 2천500억원 규모의 추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일수록 3공장 설립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3공장까지 구축하면 대규모 장비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돼, 생산 능력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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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에너지는 광학설계 및 공정기술 DNA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 레이저 노칭 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2023.8.11. / 필에너지 제공.

필에너지 관계자는 "스태킹 장비와 레이저 노칭 장비 등 주력 품목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업력이 4년차로 짧지만 필옵틱스에서 분할되기 이전부터 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만큼 설립과 동시에 폭발적 성장을 이뤄왔다"며 "지금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원통형, 전고체, 연료전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지속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수출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신사업의 매출 비중을 40%까지 높여,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이를 통해 2027년엔 '매출 1조원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