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공사현장 10곳 중 8곳은 감리 인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에서는 LH가 발주한 공사뿐 아니라 대부분 현장에서 감리 인원 부족으로 공사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올해 1~7월 자체 파악한 공사현장 104곳 가운데 85곳의 현장 감리 인원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철근 누락' 아파트인 인천 가정2 A-1블록은 공사 감독 적정 인원이 11.58명이었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3.61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3명이 해야 할 몫을 1명이 감당한 셈이다.

건설현장에서는 LH가 발주한 공사 외에 민간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 전반적으로 감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리 업체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현장 인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구조 때문이다. 발주사는 건설 감독 용역을 맡긴 감리업체에 법정 기준 인원에 맞춰 인건비를 지급하는데, 법정 기준보다 사람을 적게 채용한 뒤 남은 인건비를 챙기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건비 줄이려 계약직 채용 지적
경험·전문성 낮아 관리감독 열악
의무 배치도 확인 없어 '무용지물'


인천의 한 대단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시공 현장 관리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A씨는 "감리 업체에서 현장에 투입하는 인력은 경험이 적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 2개 동에 1명꼴로 감리 인원이 있어야 제대로 관리·감독이 되는데, 1명이 4~5개 동을 맡는 게 허다하다"고 했다.

이어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은 아파트 단지 현장도 사람이 부족한데, 오피스텔이나 상업시설 등 다른 용도의 건축 공사현장은 관리·감독이 더 열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채용된 인원도 계약직인 탓에 공사가 끝나면 일자리를 다시 찾아야 한다.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설계나 시공 등 다른 업계로 옮기면서, 공사현장을 전문적으로 관리·감독할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건설기준진흥법이 바뀌면서 감리 인원을 현장에 의무 배치하는 제도가 생겼지만, 감리 인원의 전문성이나 법정 기준에 맞게 배치하는지 등을 검증할 수단이 없어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전문성을 갖춘 적정 인원이 현장에 투입되도록 확인하는 제도가 필요하지만, 감리 직군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 공사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감리 인원이 건설현장의 모든 장소에 상주하며 매 순간을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작업 과정이 (영상으로) 기록된다는 사실을 현장 작업자들이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품질에 신경 쓸 여지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