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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유도 신학 단상-'다산초당' 마루에 앉아서

입력 2023-08-22 19:06 수정 2023-08-23 09:03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8-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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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前 협성대학교 석좌교수·신학자
최근 일이 있어 목포에 간 김에 강진 '다산초당'에 잠시 들렀다. 다산초당은 정약용이 10년 동안 머물면서 '목민심서'를 비롯해 약 500권의 책을 집필한 곳이다. 어지러운 시국에 200년 전의 다산과 함께 차 한 잔을 하며 지혜를 얻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다산이 목격한 목민관의 학정이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젊은 MZ세대의 희망도 사라진 지 오래다. 목민관과 결탁한 부정세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택가격 폭등 조작으로 '영끌족'을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목민관들은 그 아파트의 기초인 '철근'마저도 빼먹었다. 힘없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분노 표출은 아마도 분당역 '묻지마 살인사건'일 수 있다. 또한 이생망의 SNS 모방범죄 표출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미래 희망의 상실은 '결혼포기', 현실 망각을 위한 '마약복용' 등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

그런데도 정치는 공허하고 낡은 구호만 반복 남발하고 있다. 어떤 이는 지금의 정치는 국민이 아닌 대통령과 야당 대표만을 위한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서로 상대에 대한 자극적이며 '카타르시스 적' 언어와 행동을 하고 있다. 오히려 국민이 정치와 정치인을 걱정하는 세상이니 다산이 걱정하던 마음과 다를 바 없는 듯하다. '빈곤 포르노', '여명 비례투표' 등 소위 이런 자극적인 언어에 대부분 국민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정세력 학정에 젊은이 희망 상실
자극적 언어에 국민 대부분 피로감


다산초당 마루에 앉아 만난 다산은 자신이 천주교를 믿어 유배를 왔지만, 자신의 종교적 본심은 자신의 종교 신념이 아니라 나라 걱정이었다고 말한다. 종교적 차별로 박해를 받았음에도 그가 백성을 향했던 마음은 다산초당의 바람 소리로 와닿는다.



사실 우리가 신의 뜻을 조금도 알 수 없음에도 주변에는 확신에 찬 믿음을 가진 완고한 신자가 많다. 코로나가 왜 발생하고, 왜 태풍이 불어 갑자기 내 형제를 빼앗아 가는지 모르고, 많은 질병으로 내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이 갑자기 떠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믿음만 강조하는 사람 말이다.

성서 마태복음 5장 1~10절에 '산상 설교'에 나타난 예수의 마음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해 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 의를 위하여 박해받는 자가 복이 있다"라는 설교 내용이 있는데 이 서술 형식은 군중을 향한 설교이지만 그 내용을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이 바로 예수가 목민관에게 요구하는 마음이다. 이 마음을 가지고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다산이 말한 목민관에게 요구한 마음이다.

1세기에 행한 예수 설교는 지금 기독교인을 넘어 목민관과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의를 위하여 박해받는지 아니면 의를 위하는 척하면서 상대를 공격하는지' 대답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사익추구를 위해 '가상 화폐거래'에 그렇게 많은 거액을 국회 상임위 회의 중 열중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이것이 '의'를 위한 것인지, 또한 부정한 의식이 없는 '돈 봉투'가 의(義)를 위해 한 것인지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수는 그냥 '가난해라'가 아니라 '심령이 가난하라'라고 한 것이다.

'산상 설교' 목민관에 요구한 마음
'의'를 위한 행동인지 되새김질을
이웃·사회에 대한 탐욕 거두어야


정말 갈수록 힘든 세상, 젊은 세대에게 희망이 없는 세상에 그래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다산과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예수가 말한 '심령이 가난하라'를 기초로 되새김질해야 한다. 성철 큰스님이 말씀하신 '산은 산이며 물은 물이다' 의미가 나에게는 '산은 산이길 물은 물이길' 그리고 '인간은 인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닿는다. 정치는 목민관이 참 인간이 되어 백성을 돌봐야 정상인 것이다. 이것이 위대한 다산에게서 들은 교훈이다.

다산초당에서 내려오면서 내 마음이 가난해지면 무엇이 보일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 이웃과 우리 사회에 대한 탐욕을 거두고 내려놓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심령이 가난한 다산의 답도 간결했다. 그가 쓴 500권에 나타난 정신은 백성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김영호 前 협성대학교 석좌교수·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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