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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여가친화인증' 기업 증가에도 여전한 휴가 불평등

입력 2023-08-22 19:04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8-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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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8월 하순이라서 여름의 끝 무렵인데 여전히, 너무 무덥다. 더위를 피해 대다수 사람이 휴가를 내어 여행하고 피서를 즐기는 풍경이 곳곳에 보인다. 소중한 휴가를 모든 사람이 즐기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이름이 좀 낯설지만, 정부는 '여가친화인증' 제도를 12년째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에 근거하여 노동자가 일과 여가를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모범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을 인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을 잘 지키고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보내도록 독려하거나 직원의 취미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을 '여가친화(leisure-friendly)' 기업으로 인증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2002년에 시작한 주5일 근무제가 2004년부터 확대되었지만,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에서 1, 2위를 다투며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장시간 노동문화를 바꾸고자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여가친화인증 사업을 2012년에 시작하였다. 첫해에 인증을 받으려는 기업이 없어서 관계자들이 알음알음하여 10개 기업을 겨우 발굴하여 선정했다고 한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열심히 일하는 기업문화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여가친화 기업'은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런데 인증기업은 2012년 10개에서 2019년 48개, 2020년 63개, 2022년에 113개로 처음보다 11배 이상 증가하였다. 문화부보다 좀 늦었지만, 고용노동부도 '일·생활균형 캠페인'으로 유연근무제, 근로시간 단축제도, 근무혁신 인센티브 등의 사업을 2015년부터 시작하여 2022년 기준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은 2천372개에 이른다. 이러한 기업의 증가는 지난 10년간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변화를 반영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청년을 채용하는 데 유리한 여가친화인증과 일·생활균형 캠페인에 관심 가지는 기업이 많아졌다. 


'워라밸' 모범적 지원 사업체 대상
2012년 시작땐 시들… 11배로 증가
 


하지만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수가 증가하고 여가친화적 노동문화가 발전하고 있지만 이런 변화를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 누리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두 가지 사항 때문이다.

첫째, 여가친화적 노동문화를 유도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수를 전체 기업 수와 비교하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가 발표한 전국 사업체 수는 607만6천개로 2022년에 여가친화인증이나 일·삶의 균형사업에 참여한 2천485개 기업은 전체 사업체의 0.004%에 불과하다. 둘째, 여가친화적 노동문화를 판단하는 대표 지표는 '연차휴가 소진율'로서 연차휴가 일수를 모두 사용한 노동자 비율이다. 연차휴가의 정식 명칭은 '연차유급휴가'로서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라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가 유급으로 15일 휴가일수를 갖는 제도이다. 1년이 지난 이후부터는 매 2년마다 1일이 추가되어 최대 25일까지 연차휴가 일수를 가질 수 있다. 문화부가 실시하는 '근로자휴가조사'에 의하면 2020년 기준 5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상용근로자의 연차소진율이 71.6%로서 2017년 58.2%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직원 3명 중의 1명은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조사는 전체 사업체의 61.5%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체와 전체 노동자의 16.5%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를 포함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71.6%라는 연차소진율 수치는 연차휴가제도에서 소외된 삶을 반영하지 못하고 부풀려져 있다.

현실은 전체 사업체의 0.004% 참여
직원 3명중 1명꼴 모든 연차 미사용
노동자 기본권 보장 구체적 실천을


여가친화적 노동문화를 유도하는 제도 개선과 사업이 실제로 연차휴가소진율을 높여 '휴식과 여가를 누릴 권리(Rights to Rest and Leisure)'를 더 많은 사람이 누리게 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음을 기억하자. 그리고 지난 1월9일 고용노동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 290만명의 노동자들에게 기본권(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의 구체적 실천 방안 개발에 더 힘쓰기를 촉구한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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