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공감] '6년째 전국 최연소 상인회장' 이덕재 인천상인연합회장

"시장에 손님 끌려면 '핵점포' 있어야… 백화점처럼 이벤트·수익사업 할 것"
입력 2023-08-22 20:03 수정 2023-08-22 20:0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8-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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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재 인천상인연합회장은 "인천의 전통시장들은 원도심의 역사이자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곳"이라며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들도 찾는 관광 거점으로 발전하기 위해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3년 임기인 상인연합회장을 2018년부터 연임하고 있는 이 회장은 "시장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상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현안을 해결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인천 전통시장, 나아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발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 10개 군·구에는 56개 전통시장이 있다. 근대화 시기부터 경인선 철길을 따라 하나둘 들어선 시장은 오랫동안 지역의 생활경제 중심지 노릇을 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 역할을 내주었지만, 구도심의 역사를 간직한 전통시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2018년부터 인천상인연합회 회장을 역임 중인 이덕재(43) 회장이다.

이 회장에게는 '최연소' 타이틀이 자주 따라 붙는다. 지난 2008년 29세의 나이로 용현시장 상인회 회장을 맡았고, 2018년 인천상인연합회 5대 회장으로 당선될 때도 전국 17개 시·도의 상인연합회 회장 가운데 가장 젊었다.

보통 전통시장 상인회장이라는 자리는 한 곳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를 잘 아는 경험 많은 인물이 도맡는 경우가 많다.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용현시장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상인들이 많지만, 그 속에서 이 회장은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패기 있는 젊은이였다.

29살에 용현시장 회장 맡아
2018년 인천연합회장 당선
실무 전담 '매니저' 도입 건의


코로나 시기 비대면·온라인화 구축
청년에 무작정 공간·임대료 제공 보단

'백년가게 연계 시작 방식'이 안정적


공감 인터뷰 용현시장 이덕재 인천상인연합회장5

그가 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당시 인하대학교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린 직후였다. 당시 용현시장은 번영회와 상인회, 두 조직으로 나눠 있어 대형마트 입점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위기를 맞았지만 뚜렷한 대안 없이 갈등이 이어지자, 부모뻘 되는 상인들 사이에서 그가 과감하게 '회장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 두부 장사를 시작한 지 불과 3년째였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힘써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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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이 회장은 상인회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상인회가 나이가 많은 이들로 구성돼 있어 사업을 신청하는 절차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는 게 이유다.

그는 "상인회장들도 매일 생업을 챙기면서 시장 내 각종 민원을 처리해야 하다 보니 한계가 많다"며 "인천상인연합회장에 취임한 뒤 현장의 의견을 들어보니 지원사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았다"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회장은 '인천형 전통시장 매니저' 사업을 추진했다. 전통시장 매니저란 시장 현대화 사업 등 각종 실무적인 역할을 챙기는 일을 하는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전국의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진행해오고 있었다.

인천지역 전통시장 상인회들도 이 사업에 많이 신청했지만, 전국 단위 사업이라 선정되는 곳은 드물었다. 이 회장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인천시에 '인천형 매니저' 도입을 건의했고, 2019년부터 올해까지 27곳의 전통시장에 매니저를 채용했다.

인천형 매니저 사업은 코로나19 시기에 빛을 발했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전통시장 역시 비대면·온라인화 추세에 발맞춰 장보기 배달서비스를 도입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매니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 회장은 "전통시장 상인회는 디지털 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배달앱 구축이나 배달 서비스에 참여하려는 상인들의 수요조사 등 여러 실무적인 부분에서 매니저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어 "매니저 사업이 도입된 이후 각 시장의 상인회장들도 전통시장의 신규 사업이나 시설 개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시도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이 많아져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앞으로 전통시장의 발전 방향에 대해 '자생력'을 강조했다.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면서 관광 거점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시장에 손님을 끌어모으려면 핵점포가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면 신포시장의 닭강정 가게나 만두 가게 등 시장을 상징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며 "국내 전통시장도 그렇고,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오래된 시장들도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은 공통으로 핵점포가 존재한다"고 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온 전통시장에 핵점포가 들어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많은 전통시장이 청년 창업과 연계해 '청년몰'을 만드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전국적으로도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공감 인터뷰 용현시장 이덕재 인천상인연합회장14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 회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역마다 선정한 '백년가게'와 협업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역시 인천의 전통시장 현장을 둘러보면서 청년들이 전통시장 내 공실을 활용해 창업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 왔는데, 이들에게 무작정 공간과 임대료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먹거리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은 많지만, 대부분 상권 조사나 노하우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들어왔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이어 "최근 들어 백년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를 청년 창업과 연계해 백년가게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청년들은 전통시장의 공간을 활용해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먹거리나 문화를 지닌 백년가게의 노하우를 통해 청년들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전통시장의 활성화 가능성도 모색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전통시장은 역사의 중심지이자 원도심의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문화와 관광을 아우르는 거점으로 자생해야 한다"며 "전통시장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처럼 고객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수익 사업도 충분히 낼 수 있는 곳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덕재 회장은?

▲인천 출생(1979)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인천 용현시장 상인회장(2008)
▲(사)인천상인연합회 5·6대 회장(2018~)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비상임이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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